퍼포먼스와 재해석을 통한 신놀부전을 표방한 ‘놀부가 떴다!’. 취지를 거스른 전개는 늑장대응과 미흡한 시설을 거쳐 낮은 완성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전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2017 평일상설공연인 한옥마을 놀이패 ‘놀부가 떴다!’가 지난 25일 소리문화관에서 개막했다. 전주시는 한옥마을 저녁 즐길 거리가 없다는 의견을 감안해 2015년부터 평일상설공연을 선보였는데 전주콘텐츠를 버무린 ‘한옥스캔들(2015)’, 문화예술단체 7곳의 릴레이 공연인 ‘유유자적(2016)’이 그것이다.

특정작이 아니다보니 홍보가 어려워 올해는 극을 만들게 됐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전통 창극인 주말상설과 달리 2,30대 대상 새롭고 유쾌한 놀이극으로 방향을 잡은 건 적절해 보인다. 위험요소가 많은 창작극 대신 기존작을 고르고 야외공연임을 고려해 짧게 구성(70여분)한 것도 무난했다.

반면 완성도는 갖추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주요요소인 몸짓, 극, 소리가 돋보이거나 어우러지지 못해서다. 비보잉, 사물놀이, 전통무용 등 화려한 퍼포먼스는 각 특성이 살지 않았고 내용은 강약과 짜임새가 부족할 뿐 아니라 원전을 뒤집는 수준의 재해석에 미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복수의 문화예술인들은 “조화롭지 못해도 눈에 띄는 게 하나는 있어야 한다. 하지만 퍼포먼스 중 어느 하나 맛이 안 났고 극은 극대로 힘이 없었다”면서 “사건 없이 지루하게 이어졌고 전주와 현대가 1차원적으로 가미될 뿐 깊이 있거나 통쾌한 해석은 없었다. 더불어 출연진들의 연기가 부족했다. 전반적으로 프로무대 같지 않다”고 평했다.

이어 전주문화재단이 만든 전주대표공연이고 유료공연이지 않나. 그에 맞는 수준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품의 한계와 함께 열악한 시설, 늑장대응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무대는 낮고 좁은가 하면 조명은 낮아 위에서 아래로 비추지 못하고 마이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상설공연 총괄 팀장을 1년 단위로 1월 중순에야 뽑은 건 출연진 섭외가 4월초에야 끝나고 그 뒤 일정이 모두 밀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리허설도 나흘에 그쳤다.

한 공연예술 관계자는 “주최 측이 행정기관(전주시)임을 감안하더라도 일의 진행이 너무 늦고 비효율적이다. 때문에 기획했던 것들을 십분 발휘하지 못했다. 먼저 이뤄진 상설공연들로 출연진 섭외도 어렵고 연습도 부족했을 것”이라며 “시설의 경우 주말상설 경험을 토대로 단점을 보완해도 모자란데 기본적인 사안들을 놓쳤다는 게 의아하다”고 설명했다.

재단 관계자는 “내용은 다듬어야 할 부분이 분명 있고 의도했던 지점들을 부각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준비가 다소 늦은 만큼 재단 차원에서 서두를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지원금이 2월에야 나오고 지속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의 시기나 체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시설은 한옥 경관을 고려했는데 공연에 지장이 많다고 해 개선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