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주 문화재 야행은 주제와 권역을 집약하는 등 집중도를 높인 반면 운영은 다소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전주문화재단과 전주야행추진단이 주관하는 ‘전주 문화재 야행’이 27일 시작됐다. 2016년 첫 해 주제와 대표작 없이 광범위하게 이뤄진다는 의견이 있었던 만큼, 선택 및 집중하는 가운데 참신한 프로그램들을 여럿 선보였다.

조선왕조 본향을 부각코자 태조 이성계를 주제 삼고 그와 관련된 경기전, 오목대를 주요공간으로 활용했다. 별자리체험과 강의콘서트를 벌인 ‘천상열차분야지도, 태조의 별을 찾아라’, 12개로 흩어진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를 찾는 ‘태조 어진 흩어진 빛의 조각을 찾아라’는 자연스레 대표 프로그램이 됐다.

야행 전반을 깊이 있게 돌아본 ‘별빛기행’과 경기전과 공예품전시관 앞 마련한 한지등 만들기 체험은 각각 200여명, 1,300여명이 참여했으며 경기전에서 차를 즐기는 ‘달빛 차회’에도 인파가 몰렸다.

예산이 줄었음에도 기존 2회에서 5회로 늘리고 야행 기간 외에도 ‘달빛기행’을 마련한 건 무형유산도시이자 조선왕조 본향 전주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다. 중앙초 운동장 위에 뜬 대형 미러볼부터 태조로 한지등, 별빛기행 참가자들이 든 청사초롱, 한지등 체험으로 완성한 한지등. 태조로 쉼터에 놓친 반차도 등까지 여러 빛들은 야행을 환히 비췄다.

예년에 비해 정리된 모습이나 운영은 아쉽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전 앞 행사가 많다보니 중첩되거나 혼란스러운 반면 그 외 장소는 발길이 뜸했다는 것.

경기전 앞에서는 개막공연, 어진수호단 플래시몹, 한지등 체험, 무형문화유산 영상 상영을 따로 또 같이 운영하다보니 각각을 즐기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공연이나 플래시몹을 할 때 영상 소리는 들을 수 없었고 공연이 없을 때도 잘 들리지 않아 사실상 무의미했다.

혼잡도 야기했다. 수요에 비해 체험부스(5개)가 적어 기다리는 이들과 행사를 보려는 관객들로 태조로 인도가 가득 찼다. 지나가는 이들의 동선에도 어려움이 생겼다.

그러나 오목대와 은행나무정, 전주소리문화관 같은 공간은 한산했다. 전체 방문객 4만 4천여 명 중 2만 4천여 명이 경기전을 찾았고 전주소리문화관은 882명, 오목대는 1156명, 은행나무정은 1668명이 오간 데서 알 수 있다.

거리상 떨어져 있으나 오목대는 주제와 밀접한 곳이고 소리문화관은 평일상설공연을 개최하는 곳이며 은행나무정은 이동로다. 잘 알려진 곳임에도 모객하지 못한 이유로는 복잡한 내용과 홍보 부족이 꼽혔다.

여기저기 설명과 길 안내가 있지만 섹션이 너무 많고 용어도 추상적이라 단시간 인식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는 분석이다. 한 방문객은 “뭔가 하는 거 같아서 설명을 읽어봤는데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 막상 가서 보면 공연이구나, 체험이구나 싶은데 내용만으로 파악하진 못했다”고 답했다.

소리문화관에서 열린 기능분야 무형문화재 시연 및 전시는 내실이 부족했고 국립무형유산원은 걷기에 멀다고 했다. 프로그램을 집중하는 건 좋지만 각각의 독립성과 완성도를 고려해 배치해야 하며, 다른 공간들의 활성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경미 총감독은 “프로그램들이 붙어있는 건 동선이 이어지는 사업의 취지를 반영한 거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럽다”면서 “개최지 모두를 돋보이게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홍보를 꾸준히 하는 등 남은 4번을 통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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