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은 드로잉을 하는 사람들은 관찰된 무언가를 다른 이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계산할 수 없는 목적지에 이를 때까지 그것과 동행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존 버거, <벤투의 스케치북> 중에서

 

미술평론가이자 사진이론가, 소설가였던 존 버거(John Berger, 1926-2017)가 평생 동안 함께하고 탐구한 드로잉을 따라가 보는 전시가 한창이다. 존 버거 책을 출간해 온 열화당이 기획한 ‘존 버거의 스케치북’이 3월과 4월 서울에서 개최된 데 이어, 지방순회전으로 지난 17일부터 6월 3일까지 전주 서학동사진관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 1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그를 추모하는 한편 드로잉에 담긴 생각들을 좇고자 오리지널 드로잉 60점과 책 속 글귀를 함께 선보인다. <벤투의 스케치북>에 수록된 그림 38점,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중 ‘망각에 저항하는 법’에 실린 그림 8점과 친필 원고, 그의 아내 베벌리에게 바쳤던 아름다운 드로잉 11점, 드로잉 노트 1권, 열화당에 보내온 드로잉과 선물들이 자리한다.

존 버거는 1950년대 초 핵전쟁 위기에 대응코자 글을 택했지만 드로잉만은 멈추지 않았는데 드로잉이 빈약한 어휘의 한편을 메우는 또 다른 언어임을 깨달아서다. 간결한 드로잉은 소통과 발견의 역할을 깊이 있게 감당하는 중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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