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인간에게 다양하고 유용한 자원을 제공하는 보물창고다. 동시에 유적, 유물 등 과거를 오롯이 간직한 보물창고다. 전북에서도 중요성을 깨닫고 지역 수중문화재를 15년째 조사하고 있는데 새만금 방조제 건설이 계기다.

고군산군도 바다 물길을 막는 방조제가 모습을 갖춰가면서 물길이 변화했고 덕분에 펄 속 유물이 발견, 발굴로 이어졌다. 2002년 4월 소라잡이에 나선 잠수부 신고로 전북에서 처음 수중발굴조사를 실시한 군산 비안도 해저유물을 비롯해 서해안 일대 수중 발굴 성과가 한데 펼쳐진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김승희)이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이귀영)와 공동주최하는 전라북도 지역 수중문화재 조사 15주년 특별전 ‘침몰선에 실렸던 고려 사람들의 꿈’.

23일부터 9월 24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전시는 제22회 바다의 날과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 즈음, 전라북도 서해안 일대 조사 성과를 재조명하는 한편 바닷길을 이용한 고려 사람들의 삶과 꿈을 이해하는 자리다. 전시유물은 3,000여 점.

군산 비안도 수중 발굴 이후 2003~2004년 군산 십이동파도, 2006~2009년 군산 야미도에서 발굴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 고려시대 청자를 운반하던 배 ‘십이동파도선’과 도자기, 닻돌, 철제 솥, 시루, 밧줄 1만 5,000여 점의 유물이 발견됐다.

고군산군도 일대가 전라도, 경상도에서 출발한 조운선이 운행하던 항로이자 외국 사신을 태운 배가 수도로 향할 때 기착지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모두 5부 중 1부는 전라북도 지역 인문지리적 환경을 보여주는 대동여지도, 동여도 등 우리나라 고지도와 영국인인 바실 홀(Basil Hall)이 쓴 <조선·유구항해기>로 수중고고학과 수중문화재 조사방법을 소개한다.

2,3,4부에서는 고군산군도를 이루는 섬 비안도, 십이동파도, 야미도에서 건진 고려시대 유물을 통해 바닷길을 이용한 당시 사람들의 삶을 조명한다. 유물은 대부분 고려시대 것으로 전남 해남, 전북 부안 등지에서 생산된 여러 품질의 청자가 많다.

특히 고려시대 청자 운반선인 ‘십이동파도선’ 선체 일부가 10년 이상의 보존처리 후 닻돌, 시루, 밧줄 같은 선상 생활용품과 함께 전시돼 눈길을 끈다. 야미도 발굴 현장에 투입된 우리나라 최초의 수중문화재 발굴 전용선인 ‘씨뮤즈호’(2006년 취항) 모형도 자리한다.

5부에서는 무녀도, 신시도, 까막섬 같은 고군산군도 여러 섬에서 발견된 유물들을 소개하고 고대부터 이어진 동아시아 해양 교류의 역사와 의미를 되짚어본다. 3번의 특별강연도 진행한다.

이와 관련해 국립전주박물관은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장석원)과 함께 미술전 ‘강을 품은 바다’을 마련한다. 23일부터 7월 9일까지 박물관 시민갤러리에서 개최하는 전시는 ‘침몰선에 실린 고려 사람들과 꿈’과 연계해 강을 거쳐 바다로 향하는 인간의 꿈과 희망, 애환을 표현한 미술작을 선보인다.

박경식 윤우승 탁영환 김용봉 송수남 오무균 전병하 정명희 지용출 9명의 작가들이 회화, 설치, 영상으로 풀어낸다.

김승희 관장은“유물 수량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전라북도 지역 수중문화재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건 물론, 국내 수중문화재 발굴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면서 “미술전의 경우 하나로 연결돼 있는 시대와 분야를 망라하는 첫 시도”라고 밝혔다. 063-220-1030./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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