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강의전담 교수 유광길

얼마 전 엄청 난 인기 속에 나에게는 새롭고 충격적이었던‘윤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이 종영됐다. 이 프로그램의 컨셉은 신구,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라는 연기자들이 자신의 재능과는 무관한 음식점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운영하고 그 속에서 여행자들의 일상을 엿보는 것이다. 특히 휴양지에서 나타날 수 있는 삶의 느림과 생활의 여유가 어찌 보면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준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 외국인들은 메뉴판을 받고 주문하는 시간이 대체적으로 20분씩 걸리며 30분 넘게 음식을 기다려도 화를 내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느긋한 세상이 펼쳐지며 우리처럼 동동거리면서 사는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우쳐 준다. 또한 우리 사회가 그동안 너무 바쁘게 돌아가면서 스트레스가 쌓이고, 그게 분노가 되고, 우울이 되고, 무기력이 되어 버린 현실에서,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그 느긋한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의 그 어떤 정화가 일어나지 않았나 싶으며 그 느림이 우리의 반대급부로 작동하여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판단되어진다.      
‘느림’이라는 단어의 새롭고 긍정적인 의미의 파생은 프랑스의 철학자 피에르 쌍소의‘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책과 일본의 환경운동가인 쓰지 신이치의‘슬로 라이프’를 소개하면서 부터이다. 여기 등장하는 캔들(Candle)족은 전기를 끄고 저녁 때 촛불을 켜는 여유를 누리는 사람들이며 슬로비(Slobbie)족은 속도보다는 마음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한편,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슬로시티운동도 등장하였으며 슬로푸드, 슬로마케팅 등의 새로운 비즈니스 차원의 컨셉도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신조어와 컨셉이 국제적으로 생성되는 것만 보더라도 무한경쟁의 시대에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피로를 느끼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우리사회의 경우, 더욱 심각한 것은 세계화가 되기 이전부터 이미 벌써‘빨리 빨리’를 외치는 사회였다는 것이다. 원래도‘빨리 빨리’였는데 세계화와 무한 경쟁이 거기에 겹쳐지니 너무나 바쁘게 돌아가는 한국사회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러한 지속적인 현상으로 사람들이 힘드니까 느림과 휴식 등을 갈구하게 되었지만 한국사회는 사람이 느린 모습을 안 봐주는 사회이기 때문에 삶의 느림을 향유하면 먹고 살기 힘들며 사회부적응자로 전락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먹고 살기 위해서 각박하게 돌아가는 우리 현실에서‘윤식당’이 보여주는 느릿한 세상이 시청자에게 하나의 판타지가 되었으며 위로를 전해준 것 같다.  
현대의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고 싶어 한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나아가 대학원까지 교육을 받는 것도 이러한 인생을 위해서이다. 아끼고 또 아껴서 집을 사는 등의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려고 노력하는 이유도, 멋진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멋진 차를 사는 이유도 결국은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어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은 대부분 돈, 재원, 경제력, 직업 등의 경제적 요소에서 기인되고 있다. 이러한 행복의 선행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우리는 보다 빨리 뛰어야 하며 시간을 쪼개 써야 한다.
하지만 너무나 모순되게도, 나의 주변의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은퇴한 많은 선배님들은 행복의 선행조건(돈, 재원, 경제력 등)을 갖기 위해 숨 가쁘게 살아 온 인생에 행복은 없었다고 얘기해주신다. 그러면서 성공하기 위해 감내해야 할 시간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와 더불어 때로는 생활의 여유와 느림의 삶을 향유하라고 충고해주신다. 그러면서 그들은 느림과 휴식은 지친 삶의 활력소가 되며 성공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라는 명백한 이유를 강조하신다. 
따라서 행복을 얻기 위해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산업화 시대의 논리는 이제 거꾸로 우리의 성장과 행복에 발목을 잡을 수 있으며 바쁨을 통해 얻은 그러한 성취는 자신에게 진정한 행복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도 자명해 보인다. 필자 또한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급변하고 역동적인 시대에도 느림과 여유는 삶의 행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때론 그것이 빠르고 효율적인 것보다 더 가치 있다고 가르치려 한다. 그에 앞서, 행복한 삶을 영유하기 위해 필자부터 내 삶의 느림을 이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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