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도시의 문제’라는 게 있다. 세계 어느 나라건 수도에 인구가 집중됨으로써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가르키는 말이다. 그 역사는 매우 깊어서 고대 로마시대 로마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큰 교통 혼잡을 빚었다고 한다. 그래서 당국은 아예 도심의 마차 통행을 금지했다는 기록이 있다. 오늘날에도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등 대부분의 나라 수도들이 인구 과밀로 홍역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세계적이다. 우선 수도권은 면적은 전 국토의 12%에 불과한데도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다. 그러니까 5명 중 2명 이상이 수도권에 산다는 이야기다. 그 탓에 수도권은 주택과 교통, 환경 오염 등 갖가지 문제들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인구 집중이 계속되는 것은 역사적 정치적으로 중앙집권적 경향이 강한 데서 비롯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경제적으로는 과거 정부들의 불균형 성장전략 때문에 경부축만이 비대해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더 깊이 내려가 보면 문제의 본질은 모두들 생산성이 높은 수도권에 살기를 원한다는 데 있다. 한 마디로 수도권에 사는 것이 다른 지역에 사는 것 보다 훨씬 이득이 많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1969년에 수도권 집중 억제 방안이 나왔고 1982년에는 수도권 정비 계획법이 제정돼 과밀해소를 위한 노력을 경주했다. 1994년에도 법 개정을 통해 수도권 공장 총량제와 과밀 부담금 제도까지 만들어 강력한 억제정책을 폈다. 하지만 별무소득이었다. 오히려 갈등만 깊어져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각각 나름의 논리를 세워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밝힌 바에 의하면 상장회사의 72%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시가총액 기준으로 집중도는 무려 86%에 달했다. 그러니까 돈의 대부분이 서울을 비롯해 인천과 경기도에 몰려 있다는 말이다. 반면 전남과 강원, 광주, 전북 등의 지역의 경우 상장 회사 숫자도 적고 시가총액 비중도 미미했다. 극심한 경제력 집중현상이 노정된 것이다.
  비수도권이 수도권 규제 강화 등을 외치는 것은 집중으로 인한 폐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지방의 인구 유출과 성장 불균형, 지역경제의 침체 등등 허다한 문제들이 모두 수도권 집중에서 오는 부작용들이라는 것이다. 반면 수도권에서는 국가 경쟁력 강화 등을 내세워 이에 반대한다. 어떤 주장이든 간에 사람과 돈, 권력이 좁은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은 막아야 한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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