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모내기가 본격화되지도 않았는데 올해 쌀값 하락 걱정이 앞선다. 농업관련 정부부처가 쌀가루 소비 촉진 등 소비 진작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쌀 소비는 여전히 늘지 않고 있다. 반면 쌀 재배면적을 줄이려는 의향을 가진 농민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올해 풍년이 들면 지난해와 같은 악순환을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올해 벼 재배의향면적은 4월 기준 75만6,000ha로 정부 감축목표보다 1만2,000ha가 많은 상황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쌀 공급량은 소비량에 비해 28~29만톤이 많다. 고품질·다수확 품종 보급으로 해마다 단위면적당 쌀 수확량은 증가하고 있다. 결국 농민들이 벼농사 대신 콩이나 조사료 농사로 작목을 전환해야 하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벼농사는 기계화율이 97.8%로 손이 덜 드는 데다 정부의 공공비축 등으로 판매도 수월하고, 직불금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안정적이다. 농민들이 굳이 가격이나 판로가 안정적이지 못한 콩이나 조사료에 손을 댈 필요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전 '쌀 조정제'를 시행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쌀 조정제'는 논에 벼 대신 콩이나 조사료 작물을 재배하면 1ha당 300만원 가량을 지원하는 제도다. 3만ha를 기준으로 900억원 정도 소요되는데, 이를 통해 15만톤 정도의 쌀 생산을 감소하면 변동직불금 383억원과 쌀 재고관리비용 및 판매손실비용 등까지 약 3,000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서둘러 6월 임시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해도 농가들이 작목 전환을 시도하기에는 이미 늦은 시기이다. 결국, 올해 쌀 대란이 되풀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농업계는 처음부터 사료용 쌀 재배를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료용 쌀은 논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연간 배합사료 생산량 1,500만톤의 2%를 대체해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쌀 소비촉진 정책을 강화하고, 시장수요량 초과 시 '자동 시장격리제'를 발동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쌀 문제는 농정과제 중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힌다. 새 정부의 농정 성패는 쌀 문제 해결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농정실패 9년을 되풀이하지 않을 대책을 농민들은 요구하고 있다. 당장 급한 올해 쌀값 안정대책을 비롯, 중장기 대책까지 새 정부가 서둘러야 할 농정은 많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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