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오픈을 준비하는데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인테리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부분 보수 쪽으로 변경 했다. 그런데 인테리어 업자가 ‘공사비가 얼마 나오지 않는다’며 갑자기 공사 진행을 취소했다. 다른 업체를 찾아봤는데 다들 작은 공사는 하지 않으려 한다”

 얼마 전 가맥집 이었던 가게를 인수해 곱창집을 새로 오픈할 계획인 전주시 박 모(32)씨는 최근 공사규모가 작다며 갑자기 공사를 중단한 인테리어업체의 갑질(?)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건물주의 배려로 열흘간 인테리어 공사기간을 보장받았지만, 박 씨가 원하는 부분 보수를 해주겠다는 업체를 찾기가 쉽지만은 않다.

 계속되는 불황과 소비침체로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지만, 그 수 이상으로 개업하는 자영업자들 역시 늘고 있다. 이처럼 새로 개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면서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는 업종이 있다. 간판집과 인테리어 업체가 바로 그곳.
 
 전주 주요상권 중 한 곳인 삼천동 먹자골목에도 5월에만 업종 변경을 시도하는 가게가 5곳이 넘는다. 전주 효자동 신시가지 일대와 최근 젊은층의 명소로 뜨고 있는 ‘객리단길’ 일대에도 인테리어 공사가 한 창인 가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많고 상권이 형성된 말 그대로 장사하기 좋은 명당(?)들이 즐비한 곳임에도, 비싼 임대료와 급속한 트렌드 변화 탓에 백기를 드는 가게들이 늘고 있다.

 이곳에는 다시 새로운 아이템으로 무장한 가게들이 생계를 위해 하루가 멀다하고 앞 다퉈 개업을 하고 있는데, 일감이 넘쳐나는 인테리어관련업체와 간판업자들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실제 전주의 한 인테리어 업체 대표는 “한 번 작업을 진행하려면 3~4명의 작업자를 동반해야 하는데, 공사규모가 작다보면 작업량이 적은데 반해 인건비는 동일하게 나가기 때문에 공사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자재 구입도 대량으로 구매해야 원가 절감을 할 수 있어 소규모 공사를 기피하고 큰 공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불황 속 폐업하는 자영업자와 위험을 떠안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자영업자들이 증가하자 입맛에 맞는 공사들만 고를 정도로 인테리어업계만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객리단길에서 공사를 하고 있는 인테리업자 이 모(39)씨는 “현재 이곳 말고도 삼천동과 송천동 등 3곳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떼돈을 버는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특수를 누리고 있는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공사비의 대부분은 인건비이기 때문에 공사대금의 최대 15%이상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서신동에서 광고사를 운영하고 있는 최 모(29)씨도 “개업한지 6개월도 안된 가게에 새로운 상호로 간판 설치를 한 적도 있다”며 “일감이 늘어나자 인테리어 및 간판업자 수요 역시 급증해 마진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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