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하고 끊임없는 사회 부조리, 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로 항변한다. 상영작들은 ‘영화 표현의 해방구’라는 올해 슬로건처럼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직시하고 있다.

▲ 국정교과서
우리는 왜 21세기 국정교과서를 강요받아야 하는가. 1일 오후 5시 메가박스 8관에서 상영된 백승우 감독의 다큐 ‘국정교과서’에서 건네는 질문이다. 국정교과서의 의미부터 잘못된 지점, 나아갈 방향까지 역사학자의 설명, 사건 현장, 외국 사례로 구성하며, 중심에는 역사가 자리한다. 
  국정교과서 뿐 아니라 제주 4.3사건, 세월호, 민주총궐기 등 역사적 사건을 다룬 데 대해 백 감독은 “교과서만으로 교과서의 흐름을 설명할 수 없었다. 지난 시절 전체에 대한 메시지라고 보면 될 거 같다”면서 “세월호에서 2013년 ‘천안함프로젝트’를 연출할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조선시대까지 무리하게 포함한 것도 연관된다고 생각해서다”라고 설명했다.
  탄핵이 미친 영향에 대해 물었다. 그는 “기획부터 해피엔딩을 생각했고 독일 사례를 쓸 생각이었다. 헌데 편집 중 사건이 터졌다. 광화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보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국정교과서 반대의사를 UN에 청원한 학생들도 정말 멋졌다. 이거야말로 해피엔딩”이라고 답했다.
  국정교과서를 지지하는 이들의 입장이 없는 것에 대해 “반대쪽 목소리를 안 듣는다는 지적은 천안함 때도 있었는데 그들이 잘 응해주지 않는다. 더 큰 이유는 ‘백승우 시각에는 이렇게 보인다’를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영화 말미 던진 나레이션은 광범위했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교과서대로 해라.
 
▲ 유령의 도시
 정의와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내놓는 사람들은 태생부터 다른 걸까. 1일 저녁 8시 CGV전주고사 1관에서 만난 매튜 하인먼 감독의 신작 다큐 ‘유령의 도시’는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었던 소박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지하 시민기자로 성장해갔듯.
  다큐는 2014년 시리아 라카를 점령하고 미디어로 적극 홍보하는 이슬람국가(IS)와 ‘라카에는 삶이 없다’며 저널리즘으로 항거하는 비밀 활동가들의 미디어전쟁을 후자 입장에서 좇는다.  
  이들은 스마트폰 영상으로 라카 상황을 전하는 정보원들과 독일, 터키 등 주변국에서 국제사회에 알리는 이들 두 그룹으로 활동한다. 가족과 동료가 죽어나가고 자신들도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 행보는 계속된다.
  ‘우리의 말과 카메라는 그들의 무기보다 강하고 그걸 가진 우리는 그들보다 강하다’고 말하면서. 끄트머리에는 얼굴을 공개하면서까지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다. 영화는 죽음의 압박 속 살얼음판을 걷는 듯 긴장감을 주면서도, 틈틈이 기뻐하고 사랑하고 출산하는 삶의 과정으로 가슴 한 편을 먹먹케 한다.  
  이는 인물 중심의 밀착취재와 일련의 사건들을 아울러 깊숙하고 생생하게 전달된다. 저널리즘의 본질인 사명감도 일깨운다. 가장 강력한 건 내용 자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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