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깊어가고 있다. 천천히 와도 어느 누가 뭐라 탓하지 않으련만 마치 단거리 달리기 선수처럼 쏜살같이 달려온다. 벌써 산수유와 개나리, 벚꽃은 내년에 다시 만나자고 작별인사를 했다. 자연의 시계는 워낙 정직해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지금, 이 시간을 놓치면 만날 수 없다. 일상을 훌훌 털고 봄 마중을 나가보자. 연인, 가족과 함께 사랑에 빠져보고 철쭉에 취해보자. 사랑하기 좋은 계절, 사랑의 고장 남원이 기다린다.

남원의 봄은 자연과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내는 춘향제가 하이라이트다. 전국 최고의 전통축제인 춘향제는 올해 87회를 맞았다. 5월 3일부터 7일까지 5일 동안 광한루원 일원에서 열린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올 춘향제 주제는 ‘춘향! 사랑으로 너를 그리다’이다. 사랑으로 그린 여인의 모습은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모든 사람은 이런 사랑을 한번쯤 마음속에 그린다. 가슴 두근거리는 사랑을 해 봤다면 춘향제에서 추억을 되새겨보자. 그런 경험이 없다면 춘향제에서 잊지 못할 사랑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춘향과 이도령도 여러분의 사랑을 응원할 것이다.

춘향제는 ‘2017년 지역대표공연예술제 전통예술 부문 전국 1위’에 선정됐다. 2년 연속이다. 전통예술의 품격을 높이고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셈이다. 인센티브로 국비 4억8,000만원을 지원받는다.

올 춘향제는 전통문화 행사, 공연·예술 행사, 놀이·체험 행사, 부대 행사 4개 분야에 24개 종목이 열린다. 전통문화 행사는 춘향제향, 춘향국악대전, 춘향선발대회, 사랑의 등불행렬이다. 춘향선발대회는 올해도 2일 밤 사전행사로 열린다. 춘향제 기간 동안 관광객과 함께하기 위해서이다.

개막식 공연은 3일 밤 7시 30분부터 완월정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축제의 전통성과 예술성, 현대적 감각이 조화된 멋스러운 전통예술공연이 연출된다. 97년 역사의 남원시립국악단의 환상적인 콜라보에 시립어린이합창단과 널마루 무용단,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협연이 춘향제의 서막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올 춘향제는 공예·예술 행사에 방점을 둔다. 완월정 실경무대를 중심으로 매일 품격 있고 감동 있는 빅 공연을 1회 실시하고, 중·소형 공연이 뒤를 잇는다. 20~30대 젊은 소리꾼 무대와 40~50대 명인명창전, 60대 명인명창전은 가슴 뭉클한 감동적인 선율의 향연을 선사한다. 또, 심야에는 달빛콘서트가 마련된다. 에스닉 푸전악단의 ‘두번째 달’, 감동과 환희가 함께하는 ‘우주베키스탄 민족 오케스트라’ 공연, 원조 국악실내악단 ‘술기둥’의 공연과 가요가 열린다.

춘향사당 앞에서는 ‘실험 창작극장’과 ‘연희마당’의 창작실험 무대가 선보이다. 실험 창작극장은 전통국악과 판소리, 전통예술의 창의적 계승을 위해 새롭게 창작되고 있는 창작 창극, 퓨전국악, 창작 연희 등 다양한 형태의 장르가 함께 공존하며 국악의 보편적 가치와 대중성을 강화하는 무대가 펼쳐진다. 연희마당은 두레굿과 농경사회에서의 다양한 놀이문화가 선보이는 프로그램으로 관객과 출연자가 함께 호흡하는 상설무대이다.

춘향제 대표 킬러콘텐츠로 자리 잡은 「이판·사판·춤판」은 올해 더욱 강화한다. 광한루원 앞에서 열리는 이판·사판·춤판은 전국 춤 단체와 해외단체가 참가한다. 춤판 무대를 사랑의 환상공간으로 장식해 사랑하는 가족, 연인과 손잡고 춤추는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다.

광한루원 안에서 펼쳐지는 「지금 춘향시대」는 지난해 호평을 받은 한복체험 행사를 확대한다.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포토존과 다양한 사랑의 미션(오작교 업고 건너기, 춘향사당 맹약의 반지, 그네 한복쌍그네, 춤판 사랑의 춤추기, 월매집 백년해로의 술, 잔디광장 포로포즈)을 통해 춘향제를 찾은 연인과 가족에게 추억을 선사한다.

 「춘향길놀이」는 춘향전 9마당을 주제로 한 거리 퍼레이드, 5분 퍼포먼스, 시민과 관광객의 한바탕 동네잔치로 관광객과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함께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올해 처음으로 광장에 술과 떡을 마련해 참가자와 관람객이 함께하는 대동 어울림 잔치 한마당을 시도한다.

십수정 앞에서는 방자 프린지 무대가 준비된다. 요천의 실경을 배경으로 시민과 지역예술인이 참여해 창작의욕과 새로운 예술장르를 시연한다.

이즈음 지리산 운봉 바래봉 철쭉도 빠르게 산허리를 휘감으며 울긋불긋 꽃망울을 터트린다. 100여 ha에 이르는 전국 최대의 철쭉군락지를 자랑하는 바래봉 철쭉은 4월 말 하단부를 시작으로 5월 중순 상단부까지 한 달 동안 만개한다.

바래봉 철쭉 탐방로는 다양하다. 운봉 허브밸리 주차장을 출발해 임도를 따라 탐방하는 바래봉 정상 코스는 약간 경사가 있다. 그러나, 중간 중간 대한민국의 티벳고원으로 불리는 운봉읍 전경과 들녘을 감상할 수 있는 덤이 있다. 왕복 5.5km로 약 3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산내면 내령마을을 출발해 팔랑치 능선에 이르는 코스는 우거진 거목과 숲에서 방출되는 상큼한 산소를 맛볼 수 있다. 온갖 산새들이 탐방객들에게 말을 거는 듯 조잘거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팔랑치 능선에서 시작된 약 1.5km의 철쭉 군락지는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손꼽힌다.
이곳은 능선으로 이뤄져 등산보다는 산책하듯이 감상할 수 있다. 그래서 중·장년층 탐방객들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정령치에서 시작해 고리봉~세걸산~세동치~부운치~팔랑치를 거쳐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시험장으로 하산하는 코스는 약 16km로 6시간을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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