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그리고 영화제가 왔다.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가 27일 저녁 7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5월 6일까지 열흘간 전주영화의 거리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는 ‘영화 표현의 해방구’라는 슬로건답게 한계를 뛰어넘는 영화들이 계속되며 야외 단점을 보완한 ‘전주 돔’을 운영,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준비한다.

229편 중 주목해야 할 영화, 내게 꼭 맞는 영화는 뭘까. ‘트루맛쇼’ ‘MB의 추억’에서 ‘자백’으로 이어진 표현의 자유가 끌린다면 ‘프론트 라인’ 섹션을 택하면 된다.

신설된 ‘프론트 라인’은 발칙한 상상력, 논쟁적 주제, 혁신적 스타일, 대범한 표현으로 무장한 동시대 최전선작품을 아우른다. IS 탄압에 맞선 지하 저널리스트들의 투쟁담을 다룬 ‘유령의 도시’, 가축 도살장에 공존하는 동물과 인간을 통해 살육의 시대를 성찰하는 ‘목, 심장, 위’ 가 대표적이다.

다른 섹션에서는 국정교과서 문제를 국내외 정치지형 역사로 분석하는 ‘국정교과서’, 6.25전쟁, 광주항쟁으로 분열된 이데올로기를 성찰하는 ‘나의 자전거에 대하여’, 박근혜 신화의 성립과 파멸을 묻는 ‘미스 프레지던트’가 뜻을 같이 한다.

‘프론트 라인’이 내용의 파격이라면 ‘익스팬디드 시네마’는 형식의 파격이다. 사고로 아들을 잃은 상실감을 음악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시청각적 체험으로 형상화한 ‘감정을 실어서 다시 한 번’, 사막 거주자들의 삶을 16mm 카메라, 대위법적인 사운드로 그린 ‘사막, 바다’가 있다.

가족 단위라면 ‘전주 돔’으로 향하자.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어린이 섹션(제너레이션) 수정곰상을 수상한 ‘리틀 하버’, 실루엣 애니메이션인 ‘이반 차레비치와 공주’가 자리하며,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애니메이션 ‘패트와 매트: 뚝딱뚝딱 대소동’을 무료 상영하고 같은 날 저녁에는 ‘정글북’이 예정돼 있다.

돔에서는 공연과 이벤트도 잇따른다. 정글북 상영 후에는 디에이드(어쿠스틱 콜라보)와 오왠의 무대가 무료로 펼쳐지고, ‘아수라’ 상영 시 주연배우 정우성 주지훈 정만식의 무대인사가 마련된다. ‘리베라시옹 데이’ 상영이 끝나면 영화 주인공 라이바흐 밴드의 공연이 이어진다.

‘시네마페스트’ 섹션 속 중년의 성장을 담은 ‘메나쉬’, 지진이라는 재앙을 극복하는 네팔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 청각장애를 가진 영화감독의 57일간의 자전거 여행을 좇는 ‘스타트 라인’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전주국제영화제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다면 간판 프로그램 ‘전주 시네마 프로젝트’가 있다. 제작지원 프로젝트로 올해의 경우 한국 영화감독 3명을 선정해 한국 독립영화의 가능성과 미학을 전면에 내세운다.

‘N프로젝트’는 2002년으로 돌아가 노무현이라는 한 명의 시민과 그를 대표로 끌어올린 시민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시인의 사랑’은 마흔 살 시인이 한 소년을 만난 후 겪는 감정을 드러낸다. ‘초행’은 주인공이 연인의 임신 사실을 알고 부모님 환갑잔치로 향한다는 줄거리다.

한국영화 지원이 강화됨에 따라 지역영화도 여럿 만날 수 있다. ‘천사는 바이러스’ ‘주성치와 함께라면’ ‘숨바꼭질’ ‘빈방’ ‘오늘의 중력’ ‘선아의 방’ 등./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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