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혹은 누구나인 사람들은 생전 처음 주인공이 됐다. 무표정한 얼굴은 미소를 덧입었다. 삭막하고 외롭게 느껴지던 도시는 활기차고 유쾌하기까지하다. 인간 그리고 한국을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서일 것이다.

교동아트미술관(관장 김완순)이 지난 25일부터 5월 7일까지 기획초대전 ‘신흥우 전’을 열고 있다. 개관 10주년을 맞은 미술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한편 축제가 한창인 이맘때 가족단위 관광객들을 고려해, 누구나 쉽고 즐겁게 접할 수 있는 신흥우 작가의 작품 20여점을 선보인다.

프랑스 파리 8대학과 대학원에서 조형예술을 공부한 그는 누구도 주인공이 아닌 혹은 모두가 주인공인, 풍요 속 소외된 인간들이 존재하는 현대사회를 아크릴 물감과 실리콘으로 구현한다.

오랜 유학 생활 때문일까. 현대인들과 도시에 비판적인 여느 시선과 달리 애정 어리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은 따뜻하고 재밌는 장소를 만끽하는 거 같다. 손톱만큼 작은 인물들이 빼곡히 자리하는 화폭 속 어딘가 존재할지 모를 나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현실도 잊지 않는다. ‘Concert’에서는 세계 각국사람들이 여러 악기를 연주하며 하모니를 이루고 있지만, 서로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의 문제에만 골몰하는 것도 같다. 좁은 ‘Bus’ 안 수많은 사람들은 우스꽝스러운 반면 희로애락이 묻어난다. 현실을 딛고 꿈을 꾸는 그의 작품은 진정한 의미의 ‘순수’다.

김완순 관장은 “10주년을 기념해 미술관 관람객과 한옥마을 관광객들에게 미술관 정체성을 보여주고자 기획했다”면서 “지역에서 만나는 귀한 기회인만큼 많이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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