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비리부터 내부갈등까지 수렁에 빠진 (사)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이하 보존회)가 쇄신은커녕 징계를 강행해 지역문화예술계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전주대사습놀이가 조직위원회로 넘어가고 대통령상까지 잃는 등 출범 이래 최대 위기임에도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현 집행부를 부정한 회원 벌주기에 급급하다는 것. 내년 이사장 선거를 앞두고 밑작업에 나선 거 아니냐는 입장도 힘을 얻고 있다.

21일 보존회는 일부 이사들이 이사장 권한대행 선출에 불복하며 직무정지가처분 신청, 언론플레이, 호소문 작성 및 서명 권유, 2월 정기총회 보이콧한 것과 관련, 이사와 회원 (회원 1명) 13명을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보존회 수석부이사장인 김연자 위원장을 비롯한 5명으로 위원회를 꾸리고 26일 보존회 사무실에서 징계여부와 강도를 정한다.

해당자들에게 등기로 발송한 ‘징계위원회 출석 요구서’에 따르면 대상자는 1. 조소녀 나재순 최동철 김영자(소송 관련) 2. 정명숙 최승희 김명신 김정민 왕기석 조용안 신영자 김은정(호소문 서명) 3. 김일구(회원으로 사건과 관계없음에도 관여) 13명이다.

요구서에서는 “상기인들은 분란을 초래해 위상을 땅에 떨어뜨렸다. 전국적인 망신일 뿐 아니라 동력을 잃게 돼 운영권을 넘기게 했으며 그 여파로 대통령상까지 취소됐다”면서 “보존회 근간을 흔드는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기에 정관 제9조 제1항 2호와 3호, 제2항에 의거해 징계위원회를 소집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때 아닌 처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절실한 개혁은 미뤄둔 채 징계에 매달리고 공동책임인데 누가 누구를 벌할 수 있냐는 판단에서다.

복수의 국악인들은 “바닥을 쳤으니 어떻게 올라갈지 머리 맞대고 고민할 때 아닌가. 이사들이 나간다고 해도 붙들고, 나도 일말의 책임이 있으니 같이 잘 해보자고 할 판에 쫓아내려 하다니…대사습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있는 사람의 행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럴 거면 집행부도 징계 받아라”라고 꼬집었다.

몇몇 징계 대상자들은 “잘해보라고 빠져준 건데 징계한다니 좀 당황스럽다. 일단 어떻게 처분하는지 지켜보고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일단 이유가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보존회가 제시한 내용 중 ‘대통령상 취소’는 내홍보다는 사실로 드러난 심사비리가 결정적이라는 것. 지난 3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부시상 행자부 담당자는 “대사습에서 뇌물이 오간 게 밝혀졌음에도 대회 영향력이 커 대통령상만 지급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했다”고 했다.

사실상 협박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재영 보존회 이사장 권한대행은 “이사 중 사퇴한 6, 7명은 직위해제 선에서 정리하고 그만두지 않을 시 자격정지(약 1년), 제명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집행부와 입장이 다른 이사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송 이사장 권한대행이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설 거란 우려도 있다. 복수의 문화예술인들은 “송 권한대행이 최승희 선생께 막말파문에 대해 사과했을 때 모든 걸 털고 가는 줄 알았다. 헌데 사과하자마자 징계하는 이중적인 행동을 취했다. 국악인들의 분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송 이사장 권한대행이 내년 2월 치러지는 이사장 선거를 앞두고 정리에 나선 거 아니냐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몇몇 국악인은 “다음 선거 준비하느라 자기 식구들 심는 거 아니냐. 대사습이 이렇게 힘든 시기에 젯밥에만 관심을 가지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러니 대사습보존회가 아니라 자리보존회라는 이야기를 듣는 거다. 조직위가 대회운영을 맡으니 그렇게 한가한가. 해야 할 일을 하든지 문을 닫아라”면서 “침묵하는 사람들도 너무 많다. 집행부와 징계 대상자 일부가 전북도립국악원 전‧현직 단장들인데 국악원은 관심도 없느냐. 국악협회도 목소리를 내라”고 일침을 가했다.

송 이사장 권한대행은 “심사비리보다 더 큰, 근간을 흔든 사건을 유야무야할 수 없다. 정리가 우선인 만큼 정관에 따라 내부에서 해결하는 게 맞다”면서 “나는 방어했을 뿐이다. 내가 무슨 죄인가. 의도가 어떻든 몰아가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다.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대응했으나 쇄신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잇지 못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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