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동 욱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전주센터장, 경영학박사)

처음 예비창업자와 상담을 할 때 몇 가지 체크하는 것이 필자는 “창업 준비 힘드시죠, 어떤 준비부터 하시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언론이나 인터넷에서 소개하는 사업 아이템에 대한 정보수집이라는 명분으로 이색적이고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나오는 유망 아이템은 소위 창업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정보들이 나온다. 시장의 흐름과 객관적인 시점에서 분석해 유망아이템을 선정해 놓았지만, 성공아이템과는 다르다. 창업의 성공아이템은 바로 당신에게 맞는 아이템으로, 보편적인 유망아이템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창업의 준비단계라고 하면 자금마련, 업종선택, 사업계획 수립 등이 가장 많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므로 창업의 준비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우고 있는 것이다.

창업의 첫 단추로 필자가 가장 먼저 권하는 일은 사업자 자신의 창업환경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다. “사업을 하기 위해 가족의 동의는 얻었는가, 시작하면 가족을 비롯한 친지로부터 얼마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에서부터 “집에서 점포까지의 출퇴근 거리와 시간은 얼마나 되는가” 등 사소해 보이지만 살펴봐야 할 중요한 요소들이 많이 있다.

또한 업종별 장단점을 꼼꼼히 파악해야 한다. 각 세부 업종별로 드러난 장점을 내가 잘 살릴 수 있는지, 단점들은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이 환경 분석이다.

이런 창업환경 분석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자신의 과거 경험과 관심사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다. 적어도 10년 이상 사회 경험을 갖고 특히 특정분야에서 일을 집중적으로 한 사람이라면, 그 소중한 자산을 버려서는 안 된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관심사를 찾아내는 자세가 필요하다. 약간은 과장되고 실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상관없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조차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남보다 조금이라도 뛰어난 점이 있다고 스스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지금이라도 메모지를 펼쳐놓고 자신의 장단점을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보자. 의외로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자신의 장단점을 고작 2-3개밖에 기록하지 못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자신의 장점을 자랑스럽게 부각시켜보는 훈련이 많이 미흡하다는 사실 또한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사업가적인 자질을 판단하는 데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여러 가지 적성검사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는 방법도 있다. 국내에 소개된 여러 가지 방법들은 비록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참고자료로서 가치가 있다.

또한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는다면 창업교육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최근에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의 무료강좌도 많아 경제적 부담 없이 기초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창업교육을 받는 자세도 중요하다. 창업 강좌의 경우 전반적인 창업실무를 다루는 것에서부터 무역, 인터넷비즈니스, 외식업 등 세부적인 업종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강좌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일정표를 정리해두는 것이 좋다.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직업인 교수들도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는 수강생이 되기도 한다. 즉 배움에는 끝이 없는 것이다. 아무리 긴 시간의 강의를 듣더라도 그 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하고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는 몇 마디에 불과하다. 긴 시간을 투자해 교육을 받는다면 인내심을 갖고 전체 내용을 숙지하도록 애쓰는 자세가 필요하다.

따라서 창업은 자신의 여건에 맞는 아이템을 선정, 그 아이템에 맞는 상권에서 창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도 창업자 자신의 창업환경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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