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청문회 ‘소가 웃는다’”
  2008년9월6일자 한 일간신문에 난 제목이다. 여야의원들이 소고기 문제로 열린 청문회에서 정치공세에만 열중한 채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 대한 풍자가 담겨 있다. 쇠고기와 웃는 소가 묘한 부조화를 이뤄 유머러스한 뉘앙스를 풍긴다.
  “누나, 우리 결혼해요”
  이 제목은 2010년3월27일자 한 일간 신문에 등장했다.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하지만 부제를 읽으면 곧 이해가 간다. 부제는 “연상녀 부부 계속 늘어 … 작년 초혼 7쌍 중 1쌍”이다. 연상녀와 연하남의 결혼이 흔해진 세태를 위트 넘치는 제목으로 묘사했다.
  이처럼 신문 제목은 독자 흡인 능력이 있다. 기사를 광고하고 PR하는 셈이다. 모든 기사를 일일이 읽어볼 시간이 없는 요즘 독자들은 대충 제목만 읽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현대 신문독자를 제목 독자 혹은 제목 소비자라고 부른다. 제목은 이 때 읽을 것인가, 아니면 그냥 넘어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만약 독자가 그 기사를 읽겠다고 마음 속으로 정하지 못하고 지나친다면 그 제목은 실패작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제목에는 기사를 요약하고 분석해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에서부터 뉴스 가치를 등급화하는 기능, 지면 미화 기능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독자를 기사 속으로 끌어들이는 기능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제목을 붙이는 편집자들은 원칙을 벗어나 튀는 제목으로 승부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마련이다. 그렇게 하면 반응이 바로 오고 재미가 쏠쏠하다. 유혹에 넘어가는 순간 안타깝게도 그 신문은 삼류 찌라시로 전락하고 만다.
  신문 윤리위가 올 1월에서 3월까지 제재한 4건 중 1건이 낚시성 제목이라고 한다. 제재건수 240건 중 독자를 꼬드기는 낚시성 제목이 57건으로 23%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들 제목은 기사의 취지를 왜곡하고 과장하는 제목을 달아 문제가 됐다. 윤리위는 신문의 표제는 기사의 요약적 내용이나 핵심적 내용을 대표해야 하며 기사 내용을 과장하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윤리규정을 적용했다.
  오늘날 미디어들은 무한 경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수많은 미디어들이 수용자의 관심과 미디어 소비시간을 놓고 혈투를 벌이고 있다. 따라서 선정주의가 판을 칠 풍토가 마련된 셈이다. 비정상적이고 강도 높은 신문 제목은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 뉴스 소비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터인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