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출신의 문화정책 전문가. 이력만 봐도 전주문화재단과 꼭 들어맞는, 지역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전주문화재단 정정숙 대표이사가 취임 2개월을 맞았다. 재단 현황을 파악하고 여러 기관 및 단체와 호흡하느라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냈다는 정 대표이사.
  꼼꼼하고 폭 넓은 검토 끝에 ‘이제는 말할 수 있다’면서 자신 있게 풀어낸 전주문화재단 그리고 전주 문화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13일 그를 만났다.
 
1. 지원계기가 궁금하다. 
-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에서 40여년 살았지만 부모님이 계시고 성장기를 보낸 전주를 잊을 수는 없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정책을 연구 및 평가할 때도 전주비빔밥축제 자문위원, 전주 레지던시 지원사업 평가, 전북연구원의 지역학과 종교문화자원화사업 세미나 발제,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사례 등 계속해서 접했다.
  전통문화도시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걸 보며 응원했지만 특정지역에 편중된 정책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소신으로 다가서진 못했다. 귀향할 생각도 없었는데 상황이 달라졌다. 가족이 아파 내려왔고 치료 후 남편의 고향인 김제에서 작은 연구소를 운영해왔다. 1년 남짓 하다가 여러 분들의 제안을 받고 지원하게 됐다. 

2. 돌아온 전주의 느낌은.
- 여행 간다며 좋은 곳을 추천해 달라는 이들이 많았다. 관광지로 선호되면서 한옥의 소중함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산파 역할도 했다. 더불어 문화 인력들의 수준과 문화 부문 예산이 높다.
  중앙에서도 사업 기획 시 전주 문화기획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예산의 경우 행정부 전체 중 문화체육관광부가 차지하는 비율이 2% 미만인 데 반해, 전주시는 문화관광체육국에 6%를 편성한다. 실질적인 문화특별시다.
   
 3. 전주문화재단의 첫 인상도 궁금하다.
 - 인력이나 예산 규모는 적지만 비전과 목표에 부합하는 계획이 있었고 수행과 홍보도 잘 되고 있었다. 사소할 수 있으나 업무보고 대신 업무공유란 용어를 쓰고 직원 생일잔치를 월 1회 진행하며 직원 인기투표를 하는 등 선진적인 조직문화에 굉장히 감동했다.
  근 10년 동안 213개의 사업을 수행했기 때문에 백화점식 나열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그만큼 시민과 예술가를 위해 의미 있는 사업이 뭘 지 묻고 대응하는 과정 아니었겠나. 그럼에도 좀 더 개방적이고 수용적일 필요는 있다.

4. 향후 운영방향은
- 잘 닦아왔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을 발현하기보다는 다양한 정책 및 사업을 살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올해 25개 사업이 많은 건 아니지만 스토리텔링을 통해 각 속성과 연관성을 정리할 필요는 있다.  
  전통문화도시 이미지로 계속 밀고 나갈 순 없는 만큼 다원 예술 등 동시대 예술을 끌어안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도내 기초재단과 광역재단 간 소통에도 힘쓸 거다. 물론 보조사업 지원금 상당부분이 광역재단(전북문화관광재단)을 통해 내려오기 때문에 사업상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여기에 정책을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자리를 더하겠다.

5. 신규사업인 국제교류사업이 궁금하다.
- 신규사업 6개 중 대표적이며 앞서 말한 개방성과 수용성을 실현해 줄 거다. 지방색이 없고 일회성이라 이력 한 줄에 그치던 여느 교류의 문제점을 감안했다. ‘도시 간 교류를 통한 공공성, 예술성, 통합성’이라는 기본 원칙을 세우고 3가지 유형의 파일럿을 진행한다. 
  전주시 자매결연 및 우호관계 도시 9곳과의 네트워크강화, 전주지역과제 진단 및 해결탐색, 장르별 예술인 그룹을 통한 창작역량강화 각 유형에는 예술가, 문화기획자, 교수 등 분야별, 연령별 다양한 이들을 취지에 맞게 배치해 최대 3명씩 9명을 3개 도시(해외)에 보낸다.
  12월 성과공유회를 가진 다음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자체평가하겠다. 그걸 토대로 좀 더 명확하게 설계할 수 있을 것.       

6. 올해 개관하는 팔복예술공장은
- 총 4명의 인력이 일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5월 리모델링과 11월 정식개관을 위한 설계에 집중했다. 설계 방향이 정해졌다는 건 운영계획이 수립된 것과 마찬가지다. 프로그램도 대부분 나왔다.
  지난해 여러 가지를 실험했고 현재도 무료대관전을 진행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은 편이다. 이제 운영주체에 대해 논의하고 리모델링과 운영 예산을 확보해야 할 때다. 앞서 말한 동시대 예술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팔복예술공장이 자리 잡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민간보다는 기관이 지속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게 맞다고 본다.   

7. 새로 맡은 전주한벽문화관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
- 문화관과 음식관이 분리돼 각 특성을 살릴 수 있게 됐다. 우리가 맡은 한벽문화관은 조리체험, 혼례는 잘 되고 있고 15년 역사와 함께 한 베테랑 인력들도 갖고 있다. 하지만 한벽극장은 대관 중심이다.
  공연장상주단체지원사업으로 오전 상설공연이 들어갔고,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레미제라블처럼 30년 가는 전주브랜드공연을 계획 중이다. 시설이 낙후돼 정비가 시급하며 문화관 체험강사들을 모시고 그들의 생각을 들어볼 계획이다.

  전주여고와 이화여대 영문과를 마쳤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과 책임연구원으로 13년간 근무하며 문화기획, 문화예술연구, 문화예술정책 업무를 맡아왔다. 한국문화기획연구소 소장과 호원대 겸임교수도 역임했다.

/이수화기자 · 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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