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라예술제는 독립된 행사로 인식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정읍 벚꽃축제와 맞물려 많은 인파가 몰렸으나 단일행사로 특화되지 못하고 프로그램 수준도 떨어져, 벚꽃 관객을 예술제로 흡수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정읍천변 어린이축구장, 정읍시립미술관, 정읍사예술회관에서 열린  ‘제56회 전라예술제’에는 주말 2,000여명이 다녀갔다. 고정 방문객을 확보하고 있는 정읍 벚꽃축제와 기간 및 장소를 맞춰 많은 이들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한 건 바람직해 보인다.   
  고질적인 문제들도 나아진 모습이다. 작가들은 손상되거나 돋보이지 못할까 출품을 꺼리고 방문객들은 감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던 간이 텐트에서 벗어나 실내 전시장으로 향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이었다. 분야별 협회들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개최지 예총과 시?군 예총들의 단독 공연을 처음 추진한 것도 뜻깊다. 
  그럼에도 예술제의 존재는 미비했다. 차별화는 없었고 결과물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다. 주요공간인 특설무대가 벚꽃축제 판매부스와 전시관 옆 구분 없이 자리해 ‘전라예술제’ 혹은 ‘다른 행사’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했고, 벚꽃 관광객을 천변까지 이끄는 전략이 없어 연계한 것치곤 참여자가 적다는 지적이다.
  전북예총에 따르면 2015년 올해 방문객을 5,00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3일 열린 2016년(2,000여명)은 그렇다 치더라도 2015년(7,000여명)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한 관람객은 “전라예술제를 아는 이들이 얼마나 될 지도 의문인데 벚꽃축제 부스와 차이 없이 나란히 있었다. 공연을 봤음에도 깨닫지 못할 정도였다. 천변 위 꽃만 보고 가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복수의 예술인들은 “벚꽃 보러 온 사람들을 흡수하는 동시에 다른 축제라는 느낌을 반드시 줘야 한다. 그래야 단독으로 했을 때도 관심 받을 수 있다. 안내판 하나로는 턱없이 부족했다”고 전했다.  
  프로그램도 되풀이 수준에 그쳤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영화인협회의 최신 영화 극장상영과 크로마키 체험, 미술협회의 머그컵 체험은 평균 100여명 이상이 참여하며 인기를 끌었다. 음악협회는 지역 출신 음악인들을 다채롭게 섭외해 호응을 얻었다.
  반면 연극협회가 개막작으로 올린 창작 뮤지컬 ‘연가’는 전주 한옥마을이 배경인 작품을 일부분만 정읍으로 바꿔 혼란을 야기했고 공연 일부는 레퍼토리를 반복했다. 전시 일부도 별다른 기획력 없이 나열하는 등 개선된 공간에 걸맞은 수준을 보여주지 못했다. 
  공연장과 전시장 간 동선이 꽤 길고 1개 전시만 이뤄지는 정읍사예술회관에는 상대적으로 발길이 뜸해, 향후 전시 장소에 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원인으로는 평가의 부재가 꼽혔다. 지난해 외부 평가위원 3명을 둬 결과에 따라 예산을 배분하다보니 전반적인 수준이 향상됐는데, 올해 협회들의 반발로 평가위원 제도를 없애 원위치라는 것.
  복수의 예술인들은 “변화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거 아니겠나. 나눠먹기는 그만하고 선택과 집중해 제대로 된 작품 하나 만들자는 오랜 제안을 이제는 들어주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전북예총 관계자는 “축제성과 대중성을 가지게 된 걸 나름의 성과로 뽑는다. 다만 명칭부터 ‘벚꽃축제와 함께하는 전라예술제’라고 하다 보니 두 행사가 구분이 안 갔을 거 같다. 협회들의 불만이 많아 평가를 통한 예산배분은 사실상 어렵다”고 답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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