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3,000원씩이었던 소주·맥주 가격이 4,000원씩으로 뛰어오르는 전북지역 식당이 급증하고 있어 '소주·맥주'가 더 이상 '서민 술'로 애용되기 어렵게 됐다.
10일 (사)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주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주류업계가 5년만에 가격을 5~6%씩 올리면서 도내 일부 식당에서는 소주와 맥주 가격을 병당 3,500원으로 올리는 경우가 드물게 생겼다.
하지만 대부분 식당에서는 김영란법 등의 영향에 따른 극심한 소비부진 상황을 겪으면서 손님이 더욱 급감할까 두려워 선뜻 가격 인상에 나서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 초 빈용기(빈병 포함) 보증금 반환제도(소주병 100원, 맥주병 130원)가 시행되면서 명분이 겹치자 식당들은 앞다퉈 소주·맥주 가격을 4,000원씩으로 올리는 모습이다.
전주시 삼천동에서 가맥(가게맥주) 영업을 하는 Y모씨(38)는 "지난해 말 주류가격 인상과 올초 빈병값 인상이 겹치며 업주들이 병당 500원씩 가격을 인상한 곳이 많았다"며 "최근 어려움이 커진 일부 식당들이 병당 1,000원씩 가격을 올리면서 나머지 식당들도 줄지어 가격을 올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 전주지부가 전주·군산·익산·김제 582개 음식점의 주류인상 전·후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소주의 경우 평균 3,201원에서 3,370원으로, 맥주 500㎖는 3,212원에서 3,377원으로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이들 지역에 소주와 맥주를 4,000원씩에 파는 음식점이 각각 37.0%, 37.7%로 늘어난 것과 같은 수치다.
각 매장들은 임차료나 종업원 인건비, 음식 재료비 등이 매년 함께 오르면서 소주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음식점들의 빈용기 회수율이 매우 높아 대부분 보증금을 제외한 가격으로 소주와 맥주를 납품받는 것으로 알려져 1,000원씩의 인상은 너무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전주지부에 따르면 현재 전주·군산·익산·김제시 음식점에 공급되는 주류의 빈용기 회수율은 98.6%로, 반환이 매우 잘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음식점들은 빈용기 보증금을 핑계로 술값을 올렸지만, 소비자들은 식당에서 마신 빈병을 가져가지 않기 때문에 반환금은 고스란히 식당 수입으로 전환된다.
결국, 식당들의 최근 주류 인상 요인은 지난해 말 주류회사들이 올린 약 5~6%(병당 100원 정도)의 인상율에서만 찾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전주지부는 "더욱 큰 문제는 소주·맥주를 4,000원씩에 파는 식당들이 증가하면서 나머지 식당들이 여기에 동참하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서민 애환을 달래는 소주가 외국산 맥주가격과 비슷해지는 등 서민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빈용기 보증금이 인상되면서 전주·군산·익산·김제시 음식점과 소매점 1,400여곳 중 91.6%가 즉시 가격을 올렸으며, 대부분이 보증금 인상분보다 높게 가격을 인상·판매하고 있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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