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7~8년 전부터 전원생활을 시작한 완주군 소양면 해월리집 앞의 화단에 수선화가 만발하였다. 토종 수선화를 비롯하여 여러 종류의 수선화를 심었다. 최근 개량된 종자를 많이 심었는데 수선화 꽃 속살들이 다들 다르다. 노란색, 주황색, 흰색, 베이지색, 표현하기에도 어려운 아주 독특한 색깔 등등인데, 종자개량도 다들 잘해놔서 꽃이 참으로 화사하고 예쁘다. 그런데 토종종자는 번식을 잘하는데 반하여 개량종자는 번식이 확실히 더디다.

한 달여 전에 복수초가 그 추운 겨울임에도 노오란 꽃잎을 열어 해월리에도 봄이 왔다는 것을 알린 후부터, 노란색과 자주색의 크로커스, 보라색의 무스카리, 분홍색과 흰색의 잔디꽃, 흰 머위꽃, 노오란 개나리, 진한 분홍색의 밥풀꽃 등이 집주위에 피었다. 참으로 예쁘고 모두 희망적인 색깔이다.

봄에는 뭐니 뭐니 해도 매화꽃이 장관이다. 우리 집 주위에는 대단위 매실 밭이 있어서 그야말로 매실 꽃이 장관을 이룬다. 어느 해인가 매화꽃이 만발하였을 때 기온이 급강하하고 폭설이 내려 열매는 맺지도 못한 상태에서 낙화를 하고 말았는데 올해에는 그런 일은 없기를 기원한다.

이에 비하여 우리 거위 집에 있는 두세 그루의 매실나무에서 개화한 매실 꽃은 아담하기까지 하다. 그래도 이 두세 그루의 나무에서 우리 식구가 일 년 동안에 먹을 매실을 족히 수확한다.

아직 개화하지는 안하였지만 붉은 진한 자줏빛의 토종과 외국종 작약 새싹과 목단 나뭇가지 끝에 나오기 시작한 일본종 모란새싹도 참으로 예쁘다. 아네모네와 튤립 새싹은 이미 지난 1월 중순부터 트이기는 하였지만 꽃을 피기까지에는 약 한 달 정도 더 기다려야 된다. 자줏빛 아이리쉬 붓꽃 새싹도 이미 틔어 꽃을 피기를 기다리고 있다.

매화꽃과 함께 우리 집을 화사하게 장식하는 꽃이 목련이다. 우리 집에는 두 그루가 있는데 올해에는 정말로 소담스럽게 피었다. 감나무 등의 유실수들은 해걸이를 한다고 하던데 이 목련꽃도 해걸이를 하나보다. 작년에는 꽃다운 꽃을 못 봐서 서운하였는데 올해는 꽃다운 목련꽃을 볼 수 있을 듯하다.

밭에는 취나물을 작년에 심고 이에 온상용 비닐을 씌워 주었더니 빨리 자라서 벌써 두 차례 뜯어 먹었다. 산에서 뜯어 먹는 것과 같은 향은 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온상에서 나는 것 보다 맛과 향이 좋다. 머위도 마찬가지이다. 쌈도 싸 먹고, 데쳐서 나물로도 무쳐 먹었다. 초봄에 누리는 호사이다.

작년에 가지치기를 전문으로 하시는 분을 초빙하여 집안에 있는 나무의 전정을 하였는데 어느 분이 지나가다가 밭 주위에는 나무가 있는 것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노모께서 아예 5~6년 정도 키운 유실수들을 다 잘라버렸다. 그 아쉬움이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 구석에 남아있다. 과실들을 따 먹을 만하니까 그냥 베어버렸으니 참으로 아련하다. 한집에 살아도 서로 이렇게 마음이 안 맞으니 큰 조직이나 나라 살림하는 분들의 어려운 마음을 알 것 같다.

그래서 올해 2월 말에 몇 가지 꽃나무를 주문하여 식재하였다. 외국종 모란 2가지 주문에 거금을 투자하였고, 그리고 유실수로는 개량종 으름, 미니사과 알프스 오토메, 꽃도 예쁘고 열매도 예쁜 모란석류, 그리고 철책 주위에 올릴 적포도 나무와 초대형 포도나무 묘목 각각 1그루씩을 주문하여 정성스럽게 심었다. 이제는 해충 구제도 확실히 해주어 열매다운 열매를 따먹어 봐야겠다.

그간 7~8년 동안 정말로 많은 종류의 꽃과 나무를 심었으나 대부분의 실패를 하였다. 나무의 경우에는 친환경 농법을 한답시고 농약을 전혀 안쳐서 그 수많은 벌레를 못 이기고 도태되었고, 그리고 유기농을 한다고 비료를 아예 주지 않아 정상적인 발육을 못시킨 듯하다. 그리고 진귀한 꽃들은 이곳 산 밑의 날씨와 토양에 맞지 않아서 폐사하였다.

결국 꽃나무를 키우는 일은 그 나무에 특성에 주위의 여건을 맞추는 것보다는 내가 살고 있는 해월리 산 밑의 비교적 추운 날씨와 기타 여건을 파악하여 꽃나무를 맞추는 것이라는 것을 6~7년의 장시간을 투자하여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동네에서 오래 사신 분들의 충고가 필요한 것이다.

이제 날이 더 따뜻해지면 벚꽃, 철쭉, 영산홍 등을 위시한 봄꽃들이 만개 할 것이다. 꽃은 사람들의 각박한 마음을 정화하여주고 차분하게 만들어주며 인간의 본성을 찾게 해준다. 꽃을 보고 어떻게 화를 낼 수 있으며, 꽃을 보고 어떻게 나쁜 마음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남성들이 여성들한테 구애를 한다든지, 축하를 한다든지, 그리고 특별한 기념일에는 꽃을 선물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인가 보다. 길거리에 꽃을 많이 심었더니 범죄율이 뚝 떨어졌다는 외신을 읽은 기억도 있다.

특히 겨울 내내 삭막해진 우리들의 마음을 잎사귀도 없이 꽃부터 피는 봄꽃들은 우리들의 마음에 희망과 따뜻함을 준다. 그래서 봄에 피는 꽃은 여름이나 가을에 피는 꽃 보다 더 마음에 와 닿는다. 더구나 올 겨울은 다른 지난 어느 해의 겨울보다도 마음적으로 많이 추었었다. 그러한 연유로 올해 봄꽃들의 색깔과 자태가 더욱 더 위안을 주는 것이다.

해월리에서 부터 막 피기 시작한 봄꽃들이 한 달 후면 우리나라의 전역이 봄꽃으로 뒤덮일 것이다. 이 봄꽃이 만개하여 정점에 다다를 즈음이면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새로운 희망을 갖고 새로운 출발선상에서 또 다른 다짐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봄의 초입에서 만개하는 봄꽃들이 기다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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