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원목표고버섯 - 강소농에게 배운다
농촌사랑농원 이환철 대표

규모는 작지만 특정 농작물 생산의 전문가이자 가공·판매까지 경영개선을 통해 농업 부가가치를 크게 높이는 선도농업인들이 있다. '강소농'이라 불리우는 이들은 일반농가에 비해 노력대비 소득을 크게 향상시킴으로써 소규모 농업만으로도 농촌에서 성공적으로 영농생활을 영위한다. '강소농'은 기존의 농업 뿐만 아니라 가공, 디자인, 마케팅, IT, 수출활동까지 다양한 분야와 농업, 농촌, 농민을 결합해 융복합 창업을 선도한다. 때문에 '강소농'은 농촌의 영세농가 뿐만 아니라 자본과 경험이 미약한 귀농·귀촌자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모델이 되고 있다./

◆귀농인 강소농

익산시 망성면 '농촌사랑농원'을 운영하는 이환철 대표(56)는 서울의 한 경제연구소에서 근무하다 지난 2011년 익산시 고향으로 귀농했다.
어차피 평생 살아야 할 터전이 고향임을 인식한 이 대표는 정년이 남았음에도 귀농을 앞당겨 인생2막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귀농하기 약 2년 전부터 귀농 방법과 정책을 찾아 보고, 인터넷으로 표고버섯 재배 및 귀농귀촌 등 관련 강의를 수강하는데 집중했다.
이때 얻은 지식이 귀농에 크게 도움이 됐다.
하지만,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게 농사'라는 말을 선배들에게 익히 들었고, 이 말은 사실이었다.
때문에 귀농 초기에는 모르는 농사일이 너무 많았고, 이에 부여에서 표고버섯농장을 찾아다니며 재배방법 공부에 매달렸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했던가.
모르는게 많았던 이 대표는 선배농가에서 하라는대로 정확히 따라하기만 했다.
그런데 원목배지를 입식한지 1년 6개월이 지나자 감당할 수 없는 표고버섯이 생산됐다.
2013년 가을 첫 생산 박스를 들고 농협을 찾았다.
농협은 흔쾌히 표고를 구입했다.
이에 크게 고무된 이 대표는 넘처나는 생산품을 농협에 넘기려 했다.
그러나 익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받을 당시 강조됐던 '직거래'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다.

◆직거래

마침 10월 말 익산국화축제가 열렸는데, 지인의 판매부스에서 표고버섯을 팔아 10일간 생산품의 70~80%를 처리했다.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고, 이 대표도 직거래로 받고싶은 가격을 받았으니 자신감은 더욱 크게 상승했다.
나머지 생산품은 서울의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판매했고, 이들이 크게 호응해 전량 판매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초기에 매일 300~500kg씩 생산되는데, 판매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다행히 품질까지 좋아 첫 수확으로 투자비 이상을 한 번에 회수했다"고 말했다.
보통은 첫 해 본전만 해도 성공으로 쳐주는데, 1.5배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니 대박이었던 셈이다.
이 대표는 "이후 겨울까지 지속 생산되는 표고를 서울의 지인들 가정이 아닌 회사로 포장해 보냈는데, 고품질 표고가 소문나자 직원들 주문이 쏟아졌다"면서 "없어서 못팔 정도로 첫 수확 전량을 직거래로 마무리했으니 운이 좋아도 보통 좋았던게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약 1,650㎡(구 500평) 규모로 시작한 버섯재배시설은 매해 5,000본씩 원목이 추가되며 6,600㎡(구 2,000평)으로 확장됐고, 저온창고 숫자도 늘었다.
매출 역시 매년 상승해 2015년~2016년 1억2,000만~1억5,000만원을 기록했고, 현 시스템으로는 1억5,000여만원의 매출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원목, 종균 등 증가하던 투자비는 점차 줄었고, 직거래는 더욱 확대되고 있으니 희망적이다.

◆원목표고

이환철 대표는 원목표고를 고집하는 이유로 '품질'을 꼽았다.
현재 판매의 약 30%는 소비자가 농장을 직접 방문해 구매하며 이뤄지는데, 단골들은 눈으로 버섯을 직접 확인하고 저렴하게 구입한다고 밝혔다.
또한 맛과 영양면에서도 배지표고와는 차이가 크다는 것.
일반소비자들은 원목표고와 배지표고의 가격이 비슷해 차이를 구별하려 하지 않지만, 한 번 맛을 본 고객들은 맛 차이를 확연히 느껴 단골손님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목표하는 판매 방식이 '직거래'인데, 맛 등 차별성을 고객에게 설명할 수 있으니 원목표고를 고집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배지표고는 투자비 및 인건비가 덜 들고, 생산도 3개월이면 가능해 경매장에서 유리한게 사실"이라면서 "그럼에도 생산에 1년6개월씩 걸리는 원목표고를 고집하는 이유는 직거래에서 소비자에게 차별화를 설명해줘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터넷 홍보 없이도 지인들 회사를 통해 직거래가 이뤄지고, 고정소비자까지 5~600명 확보해 전량 직거래로 판매하는데 원목표고 생산을 바꿀 수는 없다.
또한 현재 무농약 인증 상태인 '농촌사랑농원'의 표고는 2018년 유기농으로 전환되고, 학교급식 등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환철 대표는 "소비자들은 시장에서보다 싸게 좋은 표고를 구매하고, 우리는 경매장에서보다 높은 가격으로 표고를 판매하니 직거래의 장점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어려움

이환철 대표는 귀농 초기 육체는 힘들어도 정신은 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품질을 높여야 하고, 판매 루트를 확대해야 하며, 사업장을 확장해야 하는 등 갈수록 정신적 피로도 높아졌다.
이 대표는 "해마다 표고 품질도 달라 신경 쓸 일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농사의 어려움은 끝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이 정도 규모에 정신적·육체적 노력이 더해지면 도시에서는 크게 돈을 벌어야 하는데, 농민들은 돈을 벌기 힘든 구조여서 아쉽다"며 "아직도 국내 농산물 가격이 싼 이유는 다단계 유통구조에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재 농산물 유통 단계가 너무 많아 마진이 크게 발생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농민이 출하한 농산물의 경매장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이 유통구조를 파괴하기에는 농민의 힘은 너무 열악하다는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지금도 농민들이 영농조합 등을 만들어 거래단계를 줄이려 하지만, 결국 농산물 대부분은 다시 경매장으로 모이고 있다"며 "농민은 도시민 속으로 들어가야만 직거래 통로를 확보할 수 있는데, 이는 생산활동에 쫒겨 이루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유통단계를 일부 파괴하려면 정부의 역할이 크다는게 이 대표의 논리다.
이와 함께 정부의 수입산 규제 및 감독도 농민들에게는 필수라고 주장한다.
이 대표는 "정부가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무조건 수입으로 수급을 완화시키려는 정책을 펼치는 바람에 제값 못 받는 농산물 산업이 무너지고 있다"면서 "소비자 역시 모든 농산물은 값싸야 한다는 인식을 전환하고, 적정한 가격으로 소비활동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표고버섯은 종주국인 중국산 수입이 강한데, 이제 시작한 한국 표고버섯 산업을 정착시키려면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귀농을 계획하는 후배들에게

익산시귀농귀촌센터에서 교육을 맡고 있는 이환철 대표는 예비 귀농인들에게 "국민이 직업을 바꿀 때 정부가 가장 많이 혜택을 주는 직종이 농업"이라고 말했다.
아직 열정이 있다면, 그래도 도전할만한 직업이 농업이라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농사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오지는 말라"고도 말했다.
▲준비가 철저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수습기간을 가져 경험을 늘려야 하며 ▲어느정도 힘든 것을 견뎌야 하는게 바탕인데, 이를 무시하고 귀농을 시작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를 모르고 도전했던 귀농자들 중 20~30%는 6개월도 못버티고 역귀농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정부 지원 정책자금만을 바라보고 귀농에 도전하는 것은 처음부터 마지막 패를 써버리는 것과 같다"며 "이는 최후의 조건으로 남겨 두고, 진정 어려움이 닥쳤을때 도움을 받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대신 3년 이상 농촌에서 버텨볼 것을 권했으며, 5~6년이면 대부분 농촌에서 안정적으로 인생2막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또한 강조 사항으로 '품질 관리'를 주문했다.
이는 생산자의 기본 자세이자 성공의 필수조건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인들도 품질이 나쁘면 1회 이상 구매하지 않고, 더욱 냉정한 SNS상에서 '나쁘다'는 글이 남게 되면 치명적인게 농업"이라며 "반대로 품질유지를 위해 노력하다 보면 직거래도 늘어나게 되고, 학교급식 등에도 납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강소농'을 "완벽한 농촌모델이지만, 실행하기는 어려운 상태"로 설명했다.
농부가 비품고가역(비용절감, 품질개선, 고객창출, 가치향상, 역량강화)과 무농약 인증, 기술향상에 6차산업까지 이뤄야 하는게 '강소농'인데 소규모 농가가 실천하기 힘든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강소농 취지를 많이 살리려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우수농가가 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황성조기자(전라북도농업기술원 취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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