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7년 독일의 통계학자 에른스트 엥겔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 논문으로 발표했다. 정부 관료로 일하던 그는 직관적으로 가계소득이 높아질수록 식료품비의 비중이 적어진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으면 비중은 내려가고 다시 소득 수준이 낮으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가계 생활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었다. 엥겔은 153세대의 가계지출을 자세히 분석해본 결과 이것이 옳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즉 전체 가계소비지출 중 식료품 소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지수로 표시한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엥겔지수다. 엥겔은 지수가 25% 이하면 소득 최상위 계층이고 25-30%면 상류, 30-50% 사이면 중류, 50-70% 사이면 하류 그리고 70%를 넘으면 극빈층이라고 분류했다.
  엥겔의 업적으로 가계 혹은 나라의 빈부를 측정하는 하나의 척도가 만들어졌다. 가계와 마찬가지로 국가도 엥겔지수가 높으면 후진국이요, 낮으면 선진국이라고 보아 무방하다.
  물론 예외가 없을 수 없다. 프랑스는 선진국임에도 엥겔지수가 제3세계권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프랑스 국민들이 엄청난 식도락을 즐기는 데서 연유한다. 먹는 것을 하나의 문화이자 예술로 여기는 국민성 때문에 이 방면에 소비를 많이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에 속하는 나라다. 작년 우리나라 엥겔지수는 13.70%로 아주 낮은 편이다. 선진국 기준을 약 30% 내외로 본다면 한국은 이미 선진국 중에서도 한참 잘 나가는 나라여야 맞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아직 1인당 국민소득이 선진국에는 못 미친다. 이처럼 엥겔지수가 낮은 데는 상대적으로 식료품 가격이 낮은데다 지수에는 포함되지 않는 외식이 많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제대국 일본의 엥겔지수가 작년 25.8%로 2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일본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엥겔지수가 하향 추세에 있다가 2005년을 고비로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조리 식품을 사먹는 가구 수가 늘어난 것 외에도 엔 약세로 수입 식료품 가격이 오르고 아예 전체 소비지출을 줄인 데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물론 엥겔지수가 만들어진 160년 전과 지금 사정은 많이 다르다. 외식 지출이 빠져 있다거나 나라에 따라 식문화가 상이한 것 등을 감안하면 엥겔지수의 효용성은 다소 떨어진다. 그렇지만 일본의 엥겔지수 상승은 아무래도 삶의 질 저하와 관계가 있을 듯싶다. 전반적인 불황에다가 생필품 가격 등 물가가 비싼 현실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국가는 부자지만 국민은 가난하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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