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은 지금으로부터 꼭 27년 전인 1991년 11월 27일 노태우 대통령이 첫 삽을 뜨면서 시작되었다. 다 아는 바지만 당시 평화민주당 총재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태우 대통령과의 여야 영수회담에서 이 사업의 추진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빛을 본 사업이었다.
새만금 사업이 개시되면서 전북인들은 열광했다. 5천년 역사에서 전북사상 최대의 국책사업이 마침내 현실화되었다면서 환호를 했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낙후지역의 오명을 벗고 더 나아가 잘하면 전북인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넘쳤다.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 여의도 면적의 1백 20배에 이르는 이 새만금 사업은 이때부터 전북의 상징적 희망사업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대통령에 의해 잉태
이 때문에 새만금 사업은 해마다 전북인들의 자존심을 걸며 예산전쟁을 치렀다. 노태우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영삼 대통령은 민주화 대열에서 고통 받은 전북의 서러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줄 것 같아 기대들을 많이 했다.
하지만 결과는 별로였다. 울고 불고 때로는 읍소도 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반응은 거의 냉담했다. 5년 내내 그랬다. 서운할 수 밖에 없었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을 했다. 날개를 달 것으로 예상되었던 새만금 사업은 의외의 복병, 환경단체의 떼쓰기에 발목을 잡혔다. 3년이나 공사가 중단되는 불운을 겪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물꼬를 튼 사업이 아니었던가. 결자해지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속 시원히 왜 이 사업을 밀어붙여주지 않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쉽기만 하다. 뒤이은 노무현 정권 2년여도 환경논쟁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열나게 지지해주고도 제대로 대접을 못받는 전북인들의 심정은 그야말로 말이 아니었다. 시들한 새만금 사업에 바람을 불어넣은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그는 후보시절 헬기까지 타고 현지를 둘러보며 광활한 새만금에 광활한 한국인의 의지를 심어보겠다고 장담까지 했다.
 선거 때마다 뻥튀기 공약
전북인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계천을 개발한 신화를 새만금에서 다시 펼쳐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천만의 말씀이었다. 역대 정부들이 언발에 오줌누기식으로 생색내기에 그친 쥐꼬리 예산 배정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그대로 답습되었다. 왜 예산을 제대로 주지도 않을 것이면서 헬기까지 타고 큰 소리 쳤을까. 전북인들은 허탈할 수 밖에 없었다.
새만금의 초라한 역정은 박근혜 정부의 4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못해 계속사업의 명분아래 찔끔예산을 지원했을 뿐이다. 이러한 결과는 기초 인프라만 구축하는데 2조원 정도의 예산이 드는 데도 한 해에 3~4천억원에 불과한 지원이니 사업은 또 10년 세월이 걸릴 형편이다. 새만금은 이제 세월과 싸우는 인내의 시험장이 되고 말았다. 그러고도 더 기가 막힌 것은 이 사업장이 지금도 선거 뻥튀기 공약의 전유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새만금을 껴안을 수 있을까
19대 대선이 눈 앞으로 다가서자 새만금에 대선후보들의 발길이 뻔질나다. 그리고 후보마다 기자회견을 하거나 전북인을 만나면 새만금 지원 생색부터 내고 시작한다. 누구 가릴 것 없이 후보마다 확실하게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큰 소리인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제 전북인들은 다 알고 있다. 27년의 세월 속에서 대선후보들이 마지못해 새만금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속내를 뻔히 다 들여다 볼 줄 아는 도사 아닌 도사가 된 것이다.
그래도 우리 전북인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새만금을 진정으로 챙겨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여전히 새만금은 전북의 희망이요 더 나아가 한국의 희망이라고 믿고들 있기 때문이다.   /언론인, 경영학박사 이  길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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