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자유냐 정부 개입이냐는 문제는 오랜 논쟁거리였다.
  초기 자본주의 시기인 산업혁명 이후는 시장이 전부였다. 시장을 내버려두면 저절로 알아서 조화와 균형을 이뤄 효율적 경제 상태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과 자유방임을 주장하며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 했다. 정부는 아예 경제에 개입하지 말하는 것이 아담 스미스의 지론이었다.
  하지만 1929년 미국 대공황은 이런 시장에 대한 믿음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시장에 맡겨 두었더니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공급과잉으로 인한 물가 하락, 경기 침체 등 온갖 부작용들이 속출한 것이다.
  그래서 채택한 게 존 메이나드 케인즈의 정부 개입이론이었다. 케인즈는 정부가 경제에 직접 개입해 재정 투자나 규제 강화 등을 통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자본주의를 수정했다고 해서 수정 자본주의 혹은 후기 자본주의라고 일컫는다. 미국 정부는 뉴딜로 대표되는 케인즈적 정책을 추진했고 이것이 효과를 거둬 대공황을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1970년대에 이르자 케인즈 이론도 벽에 부딪쳤다. 석유파동을 고비로 세계 경제가 다시 장기적인 침체에 빠져든 것이다. 아무리 정부가 여러 정책 수단들을 구사해도 늪에 빠진 경제가 되살아나지 않았다. 그러자 하이에크나 밀턴 프리드만 같은 학자들이 다시 시장 역할을 강조 했다. 그리하여 역시 경제는 시장에 맡겨야 하며 민영화나 감세 등을 통해 정부 역할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른바 신자유주의가 득세한 것이다.
  이렇게 경제에 대한 정부 개입 여부는 자본주의 역사 내내 주요 쟁점이었다.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가 40여일 만에 다시 닭고기 값을 올렸다가 정부의 인상 자제요청을 받아들여 원래 가격으로 환원했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육계시세를 반영해 값을 15% 올렸으나 정부가 업계 1위가 가격을 올리면 다른 업체들이 따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자제를 요청해와 이에 응했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인 BBQ도 가격 인상 시도를 했다가 정부가 세무 조사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해 백기를 든 적이 있다.
  이를 놓고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행정권 남용이라는 것이다. 민간 기업의 가격 결정 과정에 압력을 넣는 게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번 닭고기 값 사태는 좀 심하다 싶다. 세세한 가격까지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합리적인 것 같지 않다. 오히려 과도한 시장 개입이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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