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예방적 살처분을 놓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농장주와 행정당국의 법정 공방이 벌어지면서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익산시 망성면에서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을 운영하는 유모(49)씨는 산란용 닭 50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동물복지농장은 정부의 동물복지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농장으로, 유씨는 동물복지 기준 1㎡당 키울 수 있는 9마리보다 넓은 계사에 닭들을 방사시켜 친환경 사료 등을 먹여 키우고 있다.

이 같은 농장 운영을 통해 친환경인증과 동물복지인증, 해썹(식품안전관리 인증)을 받았으며 익산시 농축산물브랜드인 '탑마루'를 붙여 최고급 계란을 공급해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일 유씨 농장에서 2.1㎞ 떨어진 인근 육계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이에 익산시는 유씨 농장을 포함한 인근 17개 농장을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 포함시켜 살처분을 통보했다.

유씨 농장을 제외한 16개 농장의 닭 85만 마리는 모두 살처분 됐다.

그러나 유씨는 획일적인 살처분 명령을 인정할 수 없다며 법원에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 신청과 익산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익산시도 유씨를 고소했다.

전주지법 행정합의부는 23일 익산시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주 유씨가 낸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 신청과 소송에 대해 첫 심문을 진행했다.

이날 심문에서 유씨 측 변호인은 "일반 농장과 달리 이 농장주는 재산적인 문제가 아니라 닭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며 "닭들을 살처분하면 병아리를 들여오는 데 6개월이나 걸리는 등 돌이킬 수 없는 재산상의 손해도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익산시 측 변호인은 "이 지역은 25일간 6번의 AI 확진 판정을 받았고 절차적·실체적으로 예방적 살처분 명령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지역에서 추가 발병 위험이 큰 만큼 해당 농가는 살처분 명령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날 첫 심문에 앞서 동물보호시민단체와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농장동물 살처분 방지 공동대책위원회'는 오전 전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은 이 농장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를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익산시가 '전가의 보도'처럼 농장주를 경찰에 고발까지 하면서 강제집행이 불가피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현재 조류독감바이러스 잠복기인 21일도 훌쩍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살처분을 강행하는 것은 멀쩡한 동물들을 죽이는 대량 동물학대 일 뿐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원은 동물복지농장에 대한 살처분 집행정지 판단을 통해 생명을 보듬는 따뜻한 원칙으로 동물도 권리를 인정받는 새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신혜린기자·say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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