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인문학, 그리고 책읽기

오피니언l승인2017.03.21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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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져서 이제는 법률로까지 제정되었다.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2016.8.4. 시행)이 그것이다. 인문학에 관한 전문적인 영역과 대중화의 전반적인 활동을 정부가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는 취지다.
시장의 인문학 열풍도 대단하다. 기업과 사회단체들이 인문학강좌를 다투어 열고 고액수당을 받는 인문학관련 강사도 등장하였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대학의 인문학은 죽는다고 아우성이다. 왜 이런 모순된 현상이 나타나는가? 요즘 사람들이 인문학을 잘못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인문학은 인문학을 고전독서의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다. 여기저기 불려 다니는 인문학 강사들은 고전을 소개하고 독후감 같은 내용을 발표하거나 책의 해제(解題)와 같은 것을 강의한다. 여기에 강사들의 입담을 더한다면 훨씬 인기 있는 강사가 된다. 인문학을 고전독서의 수준으로 이해한다면 인문대학은 독서대학이 되는 것이다. 책읽기가 학문의 한 방법은 될 수 있지만 책읽기로 한 대학을 꾸릴 수는 없지 않은가? 인문대학 출신학생들의 취업률 같은 것은 둘째로 치고 말이다.
흔히 인문학을 문학, 역사학, 철학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한다. 이것들은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공부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 르네상스 시기의 인문학은 신(神) 중심의 생각틀을 사람중심의 생각틀로 바꾼 것을 뜻한다. 교회중심의 생각을 시장중심의 생각으로 바꾼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 비해 아시아 지역에서는 하늘과 땅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의 ‘사람’을 공부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을 포괄적으로 말한다면 인문학은 ‘생활세계의 사람과 천문지리(天文地理)의 맥락을 공부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인문학 공부의 출발이자 목적은 맥락(context)을 공부하는 것이다. 단순한 하나의 교재(text)를 학습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천문지리와 사람, 사람과 사람, 역사와 사람, 사회와 사람, 자연과 사람, 종교와 사람, 시장과 사람 등 온갖 것들과의 맥락을 공부하는 것이다. 맥락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적인 경계’를 허물어야한다.
인문학 공부의 다음 단계는 본격적으로 여러 형태의 맥락을 탐구하는 것이다. 이 공부야말로 ‘지적인 소통’을 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여러 영역에서 얻어낸 사람과 천문지리의 지점에서 서로 엮어진 유기적 연관관계를 찾아보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 우주와 세계의 모든 존재와 현상은 서로 엮어진 관계이기 때문에 사람은 그 가운데 자신의 처지와 환경에 맞는 맥락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단계의 탐구는 단순히 책읽기로만 실천하는 것이 아니다. 생활세계에서의 삶의 체험과 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우리는 ‘체험하는 책읽기’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다차원(多次元)의 인공현실을 구현하는 것이며 인공지능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공지능의 정점은 ‘사람과 같은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사람처럼 감각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로봇을 말하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의 과학은 그러한 로봇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한다. 로봇을 만드는 핵심적인 작업은 이른바 ‘마음 옮겨심기(mind uploading)’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현대 과학은 그 마음이 뇌의 작용이라고 전제하고 뇌 과학을 로봇과학의 토대로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 사람의 어디에 존재하는가? 마음의 작용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마음의 구조는 어떻게 되어있는가? 등의 질문에 대해 명확한 정답을 아직 내리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를 공부하는 것이 인문학이다. 자연과학과 함께 탐구해야하는 융합적 인문학, 맥락을 찾아내는 인문학, 생활세계에서 맥락을 실천하는 인문학인 것이다. 따라서 4차 산업의 기초가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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