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전 우연히 접한 한지공예는 한 전업주부의 삶을 뒤바꿨다. 곱지만 은근한 여린 듯 질긴 한지의 매력에 빠져 밤을 새기 일쑤였고, 지난한 과정에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으나 그뿐 작업에 매진했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시간 동안 그렇게 스스로를 다졌고 이제 조심스럽지만 당당하게 작품세계를 펼치려 한다. 한지공예가 박갑순이 첫 개인전 ‘한지, 꿈을 만들다’를 열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26일까지 전주한지산업센터 기획전시실에서 계속되는 전시는 박갑순의 작품세계를 아우르는 자리다. 전주에 터를 잡을 즈음, 전북도 무형문화재 제60호 색지장 김혜미자 선생을 만나고 1999년 한지공예에 입문한 작가.

제9회·제10회 전국한지공예대전 동상, 제12회 전국한지공예대전 금상 등을 수상하고 국내외 다양한 단체전에 참여하면서 역량을 보여줬지만 한지 자체에 몰두했던 걸까. 개인전의 무게감을 실감했던 걸까.

조금은 늦게 개인전을 갖는다. 대표작과 수상작 위주의 30여점 중 지호공예가 눈길을 끈다.

폐지나 자투리 한지로 종이그릇을 만들고 표면에 들기름, 콩기름을 바르거나 생칠을 먹이는 전통기법으로 함, 대야. 씨앗통, 안경집, 표주박, 바구니세트, 다기 등을 주로 만든다.

손이 많이 가지만 실용적이고 단아한 기법은 작가와도 잘 어울리지만 그의 손을 거쳐 더욱 그다워진다. 투박한 형태에 부드러움을 더하고 오늘날 쓰임새가 있는 물건들을 만들며 전통 기물에 현대적 요소를 접목한 게 그렇다.

현재 (사)한지문화진흥원 이사, 지우 전주전통한지공예연구회 회원, 전국한지공예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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