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우리 수출이 작년말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우리 수출은 석유류와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호조와 조업일수 증가 등의 영향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20.2% 증가했고 이에 따라 광공업 생산이나 설비투자 등이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부 주력 품목의 호조에 힘입은 것이라서 추세적인 반등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최근의 수출 회복이 생산·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으나 부진한 소비가 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나 보호무역주의의 부상 등의 우려 탓에 향후 경기 전망도 밝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의 내수 진작을 위한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기업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해서 혹은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위해서 점점 더 많은 중소 제조업체들이 수출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우리 지역의 많은 중소기업들이 경영위기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서 해외 판로 개척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다. 산업기반이 취약한 탓에 여타 지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았던 우리 지역기업인들이 이제라도 해외 수출에 눈을 돌리면서 수출기반 강화의 힘찬 걸음을 걷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출기업화에는 두 가지 선결조건이 있다. 첫 번째가 우수한 제품, 즉 품질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가 기업의 수출에 대한 의지와 능력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다면 수출기업화의 길은 허망한 꿈에 지나지 않는다.

  필자는 우리 지역의 많은 중소기업들이 높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제품의 품질력만 가지고 해외판로의 높은 벽을 넘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동안 접해본 많은 기업인들이 자신들 제품의 우수한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바이어들과의 상담기회만 주어진다면 혹은 바이어 명단을 입수하게 되어 교신을 하게 되고 샘플 테스트만 이루어진다면 곧 수출이 성사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바이어 발굴을 통한 해외판로 개척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 질 수 는 없다. 시장경제 시스템에서 가장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품질이 좋으면 곧바로 소비자들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것인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렇지 않다.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이 접할 수 있도록 전달되도록 하는 과정이 여의치 않다면 시장진입은 불가능하다.

  해외 시장진입의 길고도 복잡한 과정중 핵심이 일정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유통업체나 수입업체를 접촉하여 이들의 까다로운 조건을 수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달려있다. 시장 지배력이 있는 유통업체/수입업체들의 가격조건이나 특정시장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춘 사양변경 등의 조건 충족은 중소업체들이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막판에 바로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수출기업화의 문턱에서 주저앉게 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어려움 때문이다.

  품질경쟁력을 구비했더라도 수출기업화에 필요한 추가적인 마케팅 비용과 시간적인 투입, 목표 시장에 맞춘 사양 변경 작업 수행 등의 여건이 성숙해 졌을 때 비로소 수출기업화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되는 것이다. 가급적 많은 기업들에게 해외시장 개척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국내시장에서의 확고한 판매망 확충의  기반이 마련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 지역 수출기반 강화의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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