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학교에서만 이루어진다는 생각은 버려라. 지역과 학부모가 학교와 함께 교육을 고민하는 시대다. 학교 교육의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주체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지자체와 교육청이 손을 잡는다. ‘교육공동체’ 이야기다.

수년전부터 교육계의 중요 화두로 거론된 교육공동체는 학교교육의 문제와 지역의 고민이 만나는 지점에서 생겨났다. ‘교육은 학교’라는 오래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교육의 폭과 틀에 대해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전북의 경우 인구가 계속 줄면서 대부분 분야에 걸쳐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특히 농촌지역의 붕괴현상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지역 경제의 침체에 따른 정주 여건의 악화는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경제 활동 위축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지역을 떠나는 여러 이유 중 자녀교육에 대한 우려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행정기관도 교육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 전북교육청이 기초지자체와 손을 잡고 혁신교육특구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로 3년째를 맞는 혁신교육특구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높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교육청이 교육 전문기관으로서의 고집보다 학생을 먼저 생각하고, 지자체는 교육을 행정 후순위 개념으로 보지 않고 삶의 질 척도로 보는 자세를 유지한다면 더 많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두 기관의 유기적 협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는 바로 학부모다. 더 좋은 교육을 희망하는 주민들은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떠나기도 하지만 지역에 남아 지역 교육 환경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주민들도 있다. 도내에도 많은 교육공동체들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제각각의 특성을 지닌 채 교육을 공동으로 책임지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농촌교육 활성화를 위한 진안교육협동조합(마을학교), 완주 고산향 교육공동체, 정읍태산교육공동체 등과 ‘협업을 통한 공동체’를 지향하는 교육 중간조직인 완주교육통합지원센터 등이 오래전부터 지역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출범한 춘향골 교육공동체도 남원 교육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춘향골 교육공동체의 시작은 기존에 활동하던 전북교육청 남원 학부모 기자단이다. 기자단을 매개로 모인 학부모들은 교육 현장 변화를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참여가 필요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가능케 하는 일정 수준의 조직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연합회를 구상했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기자단 밴드’와 남원교육지원청이 만든 ‘교육지원청 행사 알림 밴드’가 소통 창구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교육지원청과 학부모간의 소통, 학부모들 간의 원활한 소통은 연합회 출범에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 소통이 전제된 연합회는 많은 지지를 받았다. 남원지역 51개 학교 마다 구성돼 있는 학부모회를 연결한 ‘학부모연합회’에는 지역 모든 학교의 학부모회가 참여하면서 힘을 받았다.
이를 통해 학부모들은 재능기부 형태로 학교 교과 수업 외에 다양한 형태로 학교교육 현장에 참여했다. 하지만 개인적이고 산발적인 참여는 한계를 나타냈다. 학교는 학부모들의 역할을 ‘보조’에 국한 지으려하는 기류가 강했다. 학교 입장에서는 공인된 ‘기관’아닌 학부모 개인을 교육활동에 참여 시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참여하는 학부모들도 교육을 담당하는 주체가 아닌 모호한 위치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연합회를 보다 체계적으로 발전시켜할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런 배경으로 지난 1월 춘향골 교육공동체가 탄생했다. 교육단체 등록을 통해 학교 교육에 당당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첫 번째 사업으로 ‘남원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를 위탁받았다. 도내 9개 지역에 설치돼 있는 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를 민간이 위탁받은 사례는 남원이 유일하다. 그동안 학부모연합회를 통해 이루어졌던 수많은 교육 활동을 인정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미숙 남원 학부모기자단 회장은 “학부모들은 남원 모든 학교는 ‘우리학교다’라는 생각으로 활동해 왔다”며 “교육 문제로 만났지만 교육이 잘 되기 위해서는 가정, 학교뿐 아니라 지역에서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해 공동체를 구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런 춘향골 교육공동체의 활동은 ‘지리산 교육공동체’로까지 이어졌다. 산내면, 아영면, 인월면, 운봉읍 4등 지리산 자락에 있는 4개 읍면을 하나의 권역으로 하는 교육공동체가 활동을 하고 있다. 권역내 기존 4개의 초등학교가 모두 혁신학교이며 올해부터는 인월고등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받았다. 귀농귀촌 인력이 많은 지역 특성상 지역 인적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이 큰 강점으로 남원지역 교육공동체 확산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최은이 전북교육청 장학사는 “교육청과 지자체, 학부모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지역 교육이 살아난다”며 “춘향골 교육공동체가 성공적인 사례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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