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과 가장 밀접한 곳에서 치안을 책임지는 곳이야 말로 지구대와 파출소가 아닌가 싶다.
순찰을 통한 범죄 예방 활동은 물론 각 종 사건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해 처리하는 이들의 하루는 그 어느 경찰의 핵심부서보다 발 빠르고 숨가쁘다.
여기에 주취자들과의 실랑이, 민원인들을 상대하면서 감정 노동까지 해내고 있는 지·파출소의 경찰관들.
하루 한시도 바람잘 날 없는 도내 지·파출소의 24시간을 매주에 걸쳐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전주 서부 신시가지 우리가 책임진다…전주 완산경찰서 서부파출소 경찰들의 구슬땀

#1. 지구대의 밤, 술과 주취자들과의 전쟁
“아, xx! 어차피 경찰한테 걸렸는데 저 xx 한대 더 때려도 돼요?”
지난 해 5월 20일 밤 11시 40분 술집과 음식점 등의 유흥점으로 가득한 전주 서부신시가지.
거리에는 이른바 불금(불타는 금요일)의 보내고자 모여든 인파로 거리를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다.
문제는 몰린 인파만큼의 각종 사건·사고가 이곳에서 빚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서부신시가지 관할 전주 완산경찰서 서부파출소 소속 김도원(44) 경위와 강승원(44) 경사, 기자가 동행한 순찰차에 출동 지령이 빗발쳤다.
한 음식점에서 술병을 깨는 일촉즉발의 싸움이 벌어진 것.
서둘러 이들은 현장으로 나섰고 도착한 음식점에는 20대로 보이는 남성 5~6명이 흥분한 상태로 언쟁을 높였다.
특히, 일행 중 한 명의 손에서는 피가 흐르는 등 심각한 상황이었다.
김 경위를 비롯한 경찰관 6명은 이들을 제지시키며 현장을 정리했지만, 일행들의 흥분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심지어 또 다른 한 명은 만류하는 경찰을 있는 힘껏 밀쳐내고 다시 음식점 안으로 들어가 자신들을 쳐다봤다는 이유로 다른 손님들에게 시비까지 걸었다.
119 구급차량도 현장을 찾았다. 부상자를 구급차에 옮겼고 경찰은 중재와 설득으로 자정이 훌쩍 지나서야 사건은 마무리됐다.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신고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날 하루 동안 접수된 신고만 52건에 달했다.
서부파출소 관계자는 “금요일부터 이어지는 주말과 휴일, 이곳 신시가지에서는 사건·사고들로 넘쳐난다”며 “거리를 지나다 어깨를 부딪치거나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로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다. 더욱이 여성들의 싸움도 최근에는 남성들 못지않게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벌보다는 문제가 해결되도록 돕는 게 경찰의 임무로, 되도록이면 중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 목숨이 걸린 일촉즉발의 상황, 신속한 출동이 관건
“친구가 죽고 싶다고 전화를 했는데 느낌이 불길해요, 도와주세요”
지난 1월 30일 경찰서에는 다급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하는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생명이 걸린 상황이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출동이 먼저였다.
사무실에서는 신고자를 안심시키며 구체적인 신원과 정보를 파악했고 119 구조대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관들은 119와 함께 자살 기도자를 발견하고 신고접수 3분 만에 극적으로 구조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설 명절 마지막 날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 가족들에게 큰 슬픔과 상처가 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며 “몇 분만 지체됐어도 소중한 생명을 잃었을 상황에서 명확한 판단과 업무 분담으로 생명을 구조할 수 있어서 경찰관으로서 뿌듯했다”고 전했다.

#3. 치안 1번지 전주 서부파출소
전북도청을 비롯한 공공기관 이전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상권이 발달하면서 치안수요 또한 높아져 지난 2012년 1월 11일 전주 서부파출소가 개소하게 됐다.
서부 파출소가 담당하고 있는 관할은 도시와 농촌 복합지역으로 도청, 교육청과 함께  초·중·고·대학교 14개소가 위치한 행정타운이다.
신도시 개발지역으로 아파트와 원룸, 오피스텔, 상가들도 집중돼 있다.
개소 당시 서부파출소는 전주시 효자동 2,3가 선부신시가지 일원 면적 15.22㎢의 주민 5만901명의 치안을 직원 26명이 책임졌다.
현재는 효자 2,3가와 상림동, 중동, 서부신시가지 및 혁신도시 면적 10.29㎢ 관내 주민 7만4392명의 치안을 39명의 경찰이 소화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범죄 발생과 112신고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서부파출소의 역량은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실제 서부파출소 관내 112신고 접수 현황은 지난 2012년 7134건, 2013년 1만615건, 2014년 1만3804건, 2015년 1만5996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1만7135건이 접수되면서 역대 가장 많은 신고가 접수됐다.
최근 3년 동안 발생한 살인과 강도, 강간·강제추행, 절도, 폭력 등 5대 범죄도 1638건이 발생해 1326건이 검거되기도 했다.
연도별로는 2014년 531건이 발생해 411건이 경찰에 붙잡혔으며 2015년 635건으로 증가해 504명이 검거됐다.
지난해에는 5대 범죄 472이 발생해 이중 411건이 덜미를 잡혔다.

#4. 주민들의 버팀목 서부파출소
주민들이 경찰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알아야 현실성 있는 주민 눈높이 치안을 전개할 수 있다.
이 일환으로 서부파출소는 관할 아파트와 원룸 등 주거지역 관리자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율방범대 운영, 시민경찰 운영, 대학 내 캠퍼스 폴리스 등으로 주민들과 함께하는 치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서부파출소와 함께 방범치안 활동을 벌이는 전주대 캠퍼스폴리스는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캠퍼스폴리스는 경찰행정학과 학생 35명으로 구성됐으며, 매주 월·수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2~3시간 동안 야간 순찰을 실시한다.

이들은 화장실 몰래카메라 설치 여부를 감시하고 CCTV나 가로등이 없는 사각지대를 파악해 설치를 건의하고 있다.
또 학교 인근의 가로등 없는 골목길과 원룸지역에도 찾아가 동료 학생들의 귀갓길을 지켜주고 있다.
경찰은 캠퍼스폴리스와 매월 소통의 자리를 갖고 정보 공유와 치안을 협력해오고 있다.

#5. 기본이 바로 서야 주민 치안도 책임질 수 있다.
7만여 명의 주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39명 경찰 직원의 중심에 있는 서부파출소 하태식 소장은 늘 기본을 강조한다.
경찰의 소양과 기본 적인 업무 수행이 밑거름으로 다져져야 주민들의 안전까지 책임 질수 있기 때문이라고.
가끔은 직원들에게 쓴 소리로 훈계를 하지만 때로는 간단한 운동 등으로 친목을 다지며 조직을 이끌어가고 있다.
하태식 소장은 “기본이 바로서야 주민들의 치안까지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주민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믿음직스러운 서부파출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신혜린기자·say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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