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회 혼불문학상 수상 작가 이광재가 새로운 장편소설 <수요일에 하자>(다산책방)를 출간했다.
  이 책은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가장 뜨거운 중년들, ‘수요 밴드’의 이야기를 담았다. 싸우지 않고 서로 보듬어주는 아이들처럼 유쾌하고 개성 넘치는 여섯명의 이야기가 이광재 작가 특유의 아름다운 문장으로 펼쳐진다.
  혼불문학상을 안긴 전작 <나라 없는 나라> ‘작가의 말’에서 청년 시절부터 소설을 쓴 이래로 늘 “발라드와 래퍼의 중얼거림 사이로 들려오는 록의 쿵쾅거림 같은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밝힌 지 2년 만에 완성한 소설이다.
  작품에는 중년 인물 여섯명이 등장한다.
  세월호 사건을 노래로 만든 고등학생 아들을 둔 학구파 기타리스트 리콰자. 대장에 생긴 암세포를 제거하고 딸과 함께 ‘젓가락 행진곡’을 치는 맨발의 키보디스트 라피노. ‘누런 액체’를 지리는 치매 걸린 노모를 돌보는 철부지 아들 기타리스트 니키타. 3개월차 노가다 잡부 긴 머리 베이시스트 배이수. 빚쟁이에게 쫓겨 다니며 위장 이혼을 한 드러머 박타동. 그리고, 더 잃을 게 없는 전직 텐프로 보컬 김미선. 이들이 7080 라이브클럽 ‘낙원’에서 뭉쳤다.
  “직장인들에겐 수요일이 일주일의 고비 같은 날이거든. 월화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슬슬 지루하고 피곤해지기 시작하는데 주말까지는 좀 더 버텨야 하는. 그러니까 수요일엔 뭐든 하자 이거야. 섹스든 술이든 음악이든…….” (본문 121면)
  율도 해수욕장의 무대를 마치기 위해 십대 행동강령까지 세우고 본격적인 연습에 매진하는 수요 밴드. 지루하고 재미없는 삶에서 벗어나, 조금은 불온해도 짜릿한 꿈을 위해 삶의 무대 한복판에 서기로 결심한다.
  이들의 연주는 대한민국을 위로하는 자작곡들과 국내외 명곡들을 넘나든다.
  불 꺼진 빈방이여/ 허공의 노란 풍선/ 잊고 싶은 내 기억이여/ 눈이 부셔 아픈 꽃이여
  - 자작곡 ‘검은 바다’ 중
   아름다운 젊음은 알바로 얼룩지고/ 끝없이 올라가는 고층 아파트/ 지하 단칸방엔 햇빛도 외면하는데// 막다른 길이었지 인력시장 푸른 새벽/ 조용히 울었어 이별도 사랑도 없이/ 고지서에 저당 잡힌 또 하루가 저무네/
  - 자작곡 ‘노래 불러’ 중
   사랑 찾아 인생을 찾아/ 하루 종일 숨이 차게 뛰어다닌다/ 서울 하늘 하늘 아래서/ 내 꿈도 가까이 온다/
  - 조항조 ‘사랑 찾아 인생 찾아’ 중
  “연주자는 들어주는 사람이 있는 한 죽겠다는 각오로 소리를 내야 해. 우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결국엔 사람을 움직이게 해야 돼.” (본문 210면)
  절정부 무대가 끝나면 누구나 가슴속에 품은 자기만의 인생 노래가 배경음악처럼 되감겨 흘러든다. 해가 갈수록 얻는 거라곤 나이밖에 없다는 쓸쓸한 농담 대신, 가슴 벅찬 삶의 열정을 되찾게 하는 이 소설은 ‘지금 부르는 노래가 가장 젊은 노래’라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우린 아직 살아 있다고, 당신의 손목을 힘차게 잡아끈다. 1만3천원.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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