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하루키 현상’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폭발적 인기몰이를 하는 것을 뜻한다. 일본에서는 물론이고 한국과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30여 년 전 ‘상실의 숲’이라고 번역된 ‘노르웨이의 숲’에서 시작됐다고 보아야 한다. 이 소설은 1960년대 말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일본을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고독과 방황 등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다. 와타나베라는 청년과 죽은 친구의 연인 나오코 그리고 미도리라는 세 사람의 이야기가 축을 이룬다.
  하루키 소설에 모두들 열광하는 이유는 많다. 우선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평이한 문체와 리듬이 살아 있는 문장이 흡인력을 갖는다. 또 일본 소설 특유의 무국적성도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일본 소설임에도 일본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거기에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매개체 이를테면 음악과 요리, 여행과 술등도 공감을 자아낸다.
  사실 한국과 일본소설의 인연은 깊다고 할 수 있다. 이미 개화기 때부터 우리나라 신문학은 일본 문학을 하나의 모델로 삼았다. 일제 강점기에도 일본 소설이나 시 등이 헤게모니를 쥐었다. 식민 지배의 첨병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다가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그리고 1994년에는 오에 겐자부로가 각각 노벨문학상을 타면서 일본 문학의 바람은 다시 거세게 불었다. 순수문학뿐 아니라 장르소설까지도 그 영역을 넓혀나갔다. 미스터리나 판타지 소설들이 우리나라 독서계를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나서 불어닥친 게 바로 ‘하루키 현상’이었다. 이데올로기가 상실돼가는 와중에 개인들이 겪어야 하는 공허함의 세계를 하루키는 잘 그려내 우리나라 독서계의 대세로 자리했다.
  최근 서점가도 일본 소설 붐이 대단하다고 한다. 출판계에 의하면 지난 3개월 동안 발간된 일본 소설 종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77%가 증가했다. 또 판매량으로 보아도 30%라는 급격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그런가 하면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 무려 5권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소설들은 돋보이는 한국 소설이 없을 경우 주목도가 한층 높아진다고 한다.
  일본 소설의 특징으로 꼽는 게 재미와 가벼움이다. 앞서 언급한 하루키가 대표적이다. 그 덕에 일본 소설들은 대중성이 강할 수밖에 없다. 반면 우리나라 소설은 아직도 엄숙주의라는 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내 출판시장서 한국 소설이 일본 소설에 밀리지 않으려면 좀 더 다양하고 풍성한 작품들이 나와야 한다. 경쾌하면서도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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