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이의 운동능력과 학업의 연관성이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운동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 한다는 것이다.
중학교 1학년인 민호는 하루에 두 번 인슐린 주사를 맞는다. 당뇨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민호가 앓는 병은 선천적으로 혈당을 분해하는 인슐린이 부족해서 생기는 ‘소아 당뇨병’이 아니다. 성인 당뇨병이다. 원인은 어른들이 당뇨병에 걸리는 이유와 같이 비만과 운동 부족이다. 민호 옆에는 항상 햄버거와 라면 등 칼로리는 높고 영양소는 적은 음식들이 즐비했다. 시간이 나면 컴퓨터에 매달려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을 하는 것이 고작이다. 성인 당뇨병이 이른 나이에 발병한 원인은 바로 운동 부족이었다.
요즘 당뇨·고혈압·고지혈증 등 생활습관병을 앓는 어린이가 한 해 2만 명에 이르며, 스트레스 등으로 만성 위장병에 시달리는 아이들도 5만여 명에 이른다. 전국 학생 표본 조사에 따르면 비만 학생들을 대상으로 간수치 검사를 시행한 결과 11.3%에서 간수치가 높게 나타났으며, 10명 중 한 명꼴로 지방간을 앓고 있었다.
유대인들의 교육법 중에는 ‘아이들을 평생 가르치려면 맘껏 뛰놀게 하라.’는 격언이 있다. 실제로 운동이 학습 효과를 향상시킨다는 의학적 연구 결과들도 많다.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체육 시간을 늘리기 위해 일주일에 4시간 동안 다른 공부 시간을 줄였더니 오히려 학생들의 수학과 글쓰기 성적이 좋아졌다. 운동이 뇌로 공급하는 산소량을 증가시키고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 고리를 강화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준 것이다.
어린이들이 신체활동을 많이 하면 공격성이 줄어들고 정서적 능력도 향상된다는 연구가 있다. 케런 샤할 박사는 운동이 어린이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적절한 운동 프로그램을 경험한 어린이들이 정서적으로 더 많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는 25개 학교 649명의 어린이를 두 그룹으로 나누고 24주 동안 운동 프로그램과 비운동 교육 프로그램을 각각 제공하고 나서 그 효과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운동 프로그램은 주 3회, 5시간 제공했으며 운동 종목은 축구, 농구, 격투기, 유도 등이었다.
24주 이후 어린이들의 정서적 능력을 측정한 결과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자기 조절, 자기 관찰, 문제 해결, 만족 지연(하고 싶은 일을 참았다가 나중에 할 수 있는 능력) 등 모든 분야에서 일반 수업을 받은 학생들에 비해 높은 성장을 보였다. 만족 지연이 부족하면 어린이들이 공격성을 띠는 경우가 많다. 샤할 박사는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는 운동이 있다면 그것을 마음껏 하게 해주는 것이 정서적인 성장을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세계보건기구의 신체활동 건강 지침에 따르면 5~17세의 어린이와 청소년은 매일 적어도 합계 60분의 중등도 내지 격렬한 강도의 신체활동을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스페인의 사라고사 대학의 연구팀은 6세 이하의 남자아이들은 매일 70분간의 운동이 필요하며 그보다 더 나이 든 남자아이들은 80분 이상 운동을 하도록 권고했다. 반면 여자아이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그보다 짧은 60분 정도면 된다고 설명했다.
어린이가 역도 같은 중량 운동을 하면 ‘키가 크기 않는다.’, ‘관절이 약해지고 상처를 입기 쉽다.’는 등의 속설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유익하고 필요한 운동이다. 독일 체육대 연구진이 6~18살인 어린이의 웨이트트레이닝에 관련된 학술논문 수백 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웨이트트레이닝을 일주일에 한 번 한 어린이보다 두 번 이상 꾸준하게 한 어린이의 체력이 더 강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린이가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때는 무턱대고 하는 것보다는 체육 교사나 운동 프로그램에 맞춰 하는 것이 좋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전북지부 최영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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