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통 식단의 우수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새삼스럽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전통 식품에 대한 상찬은 흔한 일이 돼버렸다. 예컨대 미국의 헬스지는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꼽았는가 하면 LA타임스는 오이소박이를 세계 10대 음식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프랑스의 한 신문은 기름기가 적고 채소가 풍부한 한식은 심장질환에 효과가 있는 슬로푸드 음식이라고 평가했다. 오죽하면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유명 생물학자 제인 구달은 “한국의 전통음식을 늘 먹는 한국 사람들은 축복받는 사람들이다”고 부러워했다.
  전통식단은 보통 세 가지를 기본으로 한다. 즉 밥과 국, 김치다. 조상 대대로 이렇게 먹어온 우리나라 사람들은 건강식 덕분에 잘 살아왔다. 영양학자들의 분석으로는 한식을 세끼 챙겨먹으면 하루 평균 1976kcal의 열량을 확보할 수 있다. 적정 양이다. 특히 탄수화물을 비롯해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 필수 영양소들이 고루 들어 있어 아주 이상적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이기 때문에 고혈압이나 당뇨 등 각종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주식인 흰쌀밥의 경우 여기에 잡곡이나 현미 등을 섞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영양식이 된다. 그리고 육류는 적게 먹고 채소와 곡물 중심으로 섭취하기에 건강에 좋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산업화 시대를 거쳐 오면서 한국 전통 식단도 많이 달라졌다. 서구화 바람이 분 것이다. 밥 보다는 밀가루로 만든 빵이나 면류 등이 식생활의 중심으로 들어섰다. 또 육류 소비가 크게 늘어 서구와 별반 다를 게 없이 돼버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작년 농축산 생산액 중 늘 1위를 차지하던 쌀이 2위로 밀려나고 그 자리를 돼지가 차지했다고 한다. 주식인 쌀이 1위에서 물러난 것은 사상 처음 일이다. 돼지 생산액은 6조7702억 원이고 쌀은 6조4572억 원이었다. 그 주요 원인은 쌀 값 하락과 식습관의 서구화다. 쌀밥이라는 한국인 식단 중심이 육류로 옮아간 것이다. 거기서 쌀 수요가 줄자 값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우리 민족이 5000여년을 먹어온 게 쌀밥을 위시한 전통식단이다. 그래서 몸 자체가 여기에 적응해왔다. 그런데 이 식습관을 빠른 속도로 서구식으로 바꾸면서 온갖 질병이 찾아들게 됐다. 건강식인 한식을 멀리하고 성인병 주범인 서구식 식단에 익숙해지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우리 전통식단을 더 연구하고 개선해서 새로운 세계적 건강 식단을 구축하는 게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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