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권 이외에는 모두 사막과 같다”

이는 프랑스 지리학자 구라비에가 1950년대에 한 말이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를 중심으로 하는 권역 밖은 황폐해 있다는 진단이다. 지나치게 수도인 파리 중심으로 이뤄진 개발이 낳은 부작용이다. 이에 자극받은 프랑스 정부는 곧 지역균형개발에 착수해 1960년대에는 북부와 남부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 ‘지중해 연안 개발을 위한 슈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지방분권에 적극 나섰다.

또 만족할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자 1980년대부터 신지방자치법을 시행하고 지방정부에 대한 국가 지도감독권을 폐지하는가 하면 재정권을 부여하는 식으로 지방분권을 제도화 했다. 그리고 연이어 지방자치제를 헌법 제1조에 규정함으로써 지방권한을 강화하는 조치도 취했다. 프랑스는 오늘날 지방자치를 가장 모범적으로 추진하는 나라로 꼽힌다.

반면 우리나라의 지방 분권은 더디기만 하다. 1994년 본격적으로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이후에도 중앙집권적 기조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우선 국가 사무 대 지방사무 비율은 7:3 정도로 여전히 중앙정부가 중요한 권한을 다 쥐고 있다. 또 국세와 지방세 비율 역시 8:2 수준으로 재정권 역시 중앙정부의 수중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서울 공화국이라고 부르듯 수도권 중심의 정치사회 구조는 흔들릴 기미조차 없다.

사실 지방분권이 필요한 이유는 많다. 지방 특수성에 맞는 행정과 주민 스스로의 통제 그리고 주민 사기 진작과 창의성 발양을 위해서는 분권이 필수적이다. 중앙정부가 획일적이고 자의적으로 권력과 돈을 쓰는 현행 통치구조는 낭비와 저조한 참여, 비민주적 행태를 낳게 마련이다.

개헌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영호남 시도지사 협력회의가 며칠 전 정세균 국회의장을 찾아 ‘지방 분권 개헌 촉구 결의문’을 전달했다. 결의문에는 중앙 정부 권한을 대폭 지방으로 이양하고 자치입법권을 확대하며 자치 재정권과 자치 조직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협력회의를 중심으로 앞으로 분권 토론회와 전국 결의대회, 시민초청 강연회 등을 열어 국민적 의사를 결집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개헌은 주로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현행 헌법이 갖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중앙집권체제를 강력하게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지방화를 말로는 높이 외치면서도 아직 제도조차 정비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앞으로 개헌 논의에서 지방분권이 우선적 과제로 설정돼야만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존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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