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한 말 삼국시대 촉나라의 군사 제갈량은 지모와 책략 그리고 인품으로 너무나 유명하다. 그가 위나라와의 싸움 와중에서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소식을 들은 위나라 사마의가 군사를 재촉해 촉군을 추격해왔다. 거의 촉군을 따라잡을 무렵 홀연 촉군 진영에서 제갈량이 탄 사륜거가 나타났다. 제갈량은 손에 부채를 든 채 꼿꼿하게 앉아 있었다. 혼비백산한 사마의는 계략에 걸렸다고 생각하고 군사를 물렸다. 이 와중에서 위군 다수가 죽거나 다쳤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제갈량은 나무로 깎은 조각상이었다.

후세 사람들은 이를 놓고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의를 물리쳤다’고 했다. 촉군이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제갈량의 평판 덕이었다. 신출귀몰한 군사로서의 역량이 널리 알려져 사마의는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평판은 사전적으로 세상 사람들의 비평 혹은 비평하여 시비를 판정한다는 뜻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보다 지속적이고 보편적인 평가라고 할 수 있다. 비록 무형적 가치지만 그 영향력은 대단하다. 개인이나 집단 모두에 평판은 중요하다. 특히 기업들로서는 최우선 경영전략이자 마케팅의 핵심이다.

인터넷 시대에는 그 중요성은 더 강조된다. 온라인을 통해 여러 사람들의 참여를 통해 여론이 만들어지고 그와 더불어 사람들에 대한 평판이 형성된다. 인터넷 평판은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데다 자동저장이 되기 때문에 보다 지속적이고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개인이나 조직에 마치 그림자처럼 평판이 따라붙기에 평판을 관리하지 않고는 성공가도를 달리기가 불가능하다고 해야 한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미국 내 기업평판이 작년 7위에서 올해 49위로 추락했다고 한다. 그간 주로 10위권 이내에 있던 순위가 이렇게 밀려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원인은 갤럭시 노트 7의 발화와 단종 사태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최순실 국정농단과 연루돼 삼성 총수 이재용 부회장이 수사 대상에 오른 것도 영향을 주었으리라 여겨지고 있다.

지금은 평판의 시대다. 기업들로서는 호감의 유지와 비호감의 개선이야말로 최대 과제다. 삼성의 브랜드 평판이 나빠진 것은 따라서 치명적일 수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은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 구속을 두고 기업문화 개혁과 정경유착 인습 사이에 끼어 좌초했다고 보도 했다. 물론 이 고비는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다. 국가적 차원이든 삼성이라는 기업차원이든 간에 현명한 대처를 통해 더 강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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