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 일부가 사퇴의사를 밝히는 등 내부 갈등이 극에 치달았다.

11일 보존회 이사회에서는 시작 전 최동철 나재순 조용안 김영자 4명의 이사가 잇따라 이사직 사의를 표하고 자리를 떠난 반면 송재영 이사장 권한대행을 비롯해 남은 이사들은 전주대사습놀이 정상화 방안을 논의해, 두 동강 난 보존회의 실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만두겠다고 말한 4명의 이사들은 대사습을 바로잡으려 나선 것뿐인데 외부와 언론에서 자신들을 기득권이라 표현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고,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이사직을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가장 먼저 회의장을 나선 건 최동철 이사다. 최 이사는 “지원금으로 겨우 운영되는 단체의 나이든 사람들을 언론은 기득권이라 하고 있다. 이사장 권한대행 선출방식이 잘못돼 지적한 게 싸움으로 보인다니 마음이 안 좋다”며 “그만둬도 회원으로서 개혁을 위한 일에 발 벗고 나서겠다”고 밝혔다.

나재순 조용안 이사가 그 뒤를 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김영자 이사는 “우리 가족이 대사습에서 다섯 번 수상했으니 애정이야 오죽하겠나. 그래서 버티고 있었지만 기득권 갖고 싸운다고 하니 너무 슬프고 창피하다. 이사장 하고픈 마음은 추호도 없다”고 했다. 이들은 이사를 계속 한들 달라질 게 없으며 해결책도 모르겠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그 때마다 보존회 사무국장은 “이렇게 가시면 어쩌냐. 얘기 나누자”며 붙잡았지만 결국 돌아갔고 이사회는 안건대로 진행됐다. 남은 이사들은 “괴롭더라도 부딪히고 싸우면서 안에서 해결해야지 나가면 뭐가 바뀌나. 우리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재영 이사장 권한대행은 “이사장 권한대행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나는 합법적인 이사장 권한대행이다. 결정되면 거기에 따라 움직이고 그 전에는 권한대행에 따라주면 된다. 그래야 대회 하지 않겠느냐”라며 “막말 파문이 일었던 원로이사에게는 사과할 생각이다. 그만두겠다고 밝힌 이사들에게도 전화해 설득해 보겠지만 거절하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사장 권한대행 선출 논란, 욕설과 막말, 법정다툼, 이사진 일부 사의 표명까지…끝을 모르고 내달리는 보존회의 분열. 그들의 거듭된 화합 의사에도 의지나 노력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제3차 이사회가 단적인 예다.

1, 2차 이사회의 앙금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제3차 이사회의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몇몇 이사들이 사실상 송 권한대행 체제를 인정하지 못해 그만두는 형국에도 몽니일 뿐이라며 회의가 계속되고, 이사장 권한대행으로서의 적법함과 권한은 수시로 강조됐다. 어떻게 하면 훈격과 지원금을 지킬 수 있을지, 조직위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잇따랐다.

정상화에 있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관계개선은 미뤄둔 채 대사습 관련해 기득권을 움켜쥐려 하고 올해 경연만 잘 치르면 된다고 말하는 등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도내 국악인들은 이사장 권한대행이 직을 내려놓거나 이사진 전원이 그만두는 대대적인 변화 없이 자체봉합은 어렵다고 봤다. 행정 차원의 대책이 요구되며 이 상태에서 대회를 강행하는 것 또한 무의미하다 주장했다.

그들은 “정상화한다기에 다 그만두거나 화해할 줄 알았지만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인다. 기회나 시간은 충분히 준 거 같다. 전주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때”라며 “이제야 드러났을 뿐 오랜 시간 뿌리 깊게 자리해온 문제들이다. 경연 한 번 잘 치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란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주시 관계자는 “실질적 주관처를 보존회에서 조직위로 바꿀 계획이다. 보존회 회원 뿐 아니라 폭 넓은 전문가들을 영입해 대사습을 운영케 하고, 법인은 아니지만 한시적으로 사무국을 꾸리는 형태를 고려하고 있다. 지금의 문제들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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