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통령 호랑이 만들기  

유기상(전북문화재연구원 고문, 전북대 초빙교수)

   입춘지절에 입춘방을 쓴다. 새해 어귀에 입춘대길 건양다경이란 소원을 대문에 붙여둔다. 오가는 사람들이 이 글귀를 보면서 만복을 염원하고 희망을 품고 살자는 조상들의 마음다스리기 지혜이다. 모두가 좋아진다고 말하면 좋아지는 것이 세상이치이기 때문이다. 요즘 촛불시민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개헌과 대선정국이 엉키다 보니 인터넷과 똑똑이전화에 온갖 정보가 난무한다. 심지어 조작된 댓글과 가짜뉴스까지 판을 치니 현대판 삼인성호(三人成虎)가 매일 만들어지는 것 같다. [한비자]에 나오는 세 사람이 말하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진다는 삼인성호란 사자성어는 거짓말도 여럿에게 듣다보면 사실로 믿게 된다는 뜻이다. 요즘 가짜뉴스와 댓글이 엉뚱한 여론이나 뜬금없는 사실왜곡을 벌이는 일에 딱들어 맞는다.
   한편 차기정부의 정책공약에 전북의 현안을 담기위한 노력이 지방정부와 정치권에 활발하다. 올봄의 국가적 큰일은 시급히 분권형 개헌을 완성한 뒤에 좋은 대통령을 뽑는 일이다. 시민혁명의 완성을 위해서는 적폐를 청산하고, 국가의 균형발전, 공정한 기회보장, 소외된 곳을 정책적으로 배려하는 분권형 개헌을 완수하여 국가대개조를 해야만 한다. 각 부문에 심각한 불균형과 승자독식이 만연하고 정의는 사라지고 불의와 약육강식만 판치는 나라꼴이다. 그 중에서도 권력의 영남독점이 박근혜게이트 적폐와 구악의 씨앗이 된 감이 크다. 87년 직선제 헌법이후에도 6번의 대통령중 5번이나 영남대통령이 독점했으니, 수도권 일극집중과 정치권력 영남일극집중은 심해도 너무 심했다. 반면에 그들이 던져놓은 호남대권불가론 탓인지 수많은 대권주자 중에 전북출신이 없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전북에는 이미 대선주자를 지낸 분도 있고, 이른바 잠룡들 그 누구와 견주어도 훌륭한 자질을 갖춘 국회의원도 있지 않은가?
  우리가 전북대권주자를 못내는 속내 중에 혹시 어느 나쁜 정치인이 만든 가짜 호랑이, 즉  김대중 대통령 이후로 소위 호남대통령 불가론이란 것이 도민들의 자신감을 위축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역사적으로 호남차별의 가짜 호랑이중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고려사 훈요십조 “차현 이남 공주강 밖의 인재를 등용하지 말라”는 호남차별헌장이다. 필자는 이 훈요십조가 태조 왕건이 죽고 나서 100여년 후에야, 그것도 왕실이나 궁중서재가 아닌 경주최씨 집에서 발견되었다는 것부터 여러 정황상 전라도 인재등용을 막아야 이익을 얻을 세력에 의해 조작되었음이 분명하다고 본다. 훈요십조 조작설의 합리적 근거들은 이미 넘쳐난다. 백번을 양보하여 그 문구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차현이남 공주강밖‘은 문리상 충청도 북쪽지역인데도 하필 차령이남 금강이남인 전라도라고 억지로 해석한 것도 악의적인 호남차별 의도가 분명하다. 풍수상으로 금강이 한양에 배역하는 배류수라는 것도 근거없는 왜곡이다. 고창출신 실학자 황윤석도 [이재난고]에서 당시 조선후기에도 인재등용상 호남차별의 심각성을 토로하면서, 호남차별의 근거로 말하는 차현이남 산수배역의 배류수에도 금강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기록했다. 이른바 삼남의 배류수는 영남의 낙동강, 호남우도의 사호강, 호남좌도의 섬진강이고, 금강은 배류수에 해당하지 않는 게 풍수상 명백하다. 또 하나 조선후기 전라도를 살만한 땅이 못된다고 악의적 혹평을 하여 전라도 혐오증을 전파하는데 일조한 이중환(李重煥)은 전라도를 한번도 와 보지도 않고서 선입견만으로 ??택리지??에 그런 불순한 기록을 남겼다.
  이렇게 보면 호남대권불가론 따위의 호남차별의 거짓 호랑이들은 다 나쁜 의도의 허상이다. 역사적 실상을 보자면 호남이 없었으면 나라가 없었다.(若無湖南, 是無國家) 역사적으로  호남은 언제나 대한민국의 근간이다. 사실이 이런데도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그 올가미에 갇히고, 그것을 털어내려는 적극적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길들여진 코끼리처럼 울타리를 넘을 생각을 못한건 아닐까. 우리 전북의 미래는 우리 도민들이 말한대로 이루어진다. 전북의 새만금이 한국의 미래수도라는 집단적 믿음을 갖자. 이제는 저들의 덫에 갇힌 따돌림의 호랑이가 되지 말고, 착한 우리 입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착한 호랑이를 만들어갔으면 참 좋겠다. 새 봄 간절한 마음으로 차기 대통령은 전북에서 만들자는 입춘방을 붙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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