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tness: PC)이란 웹스터 사전 정의에 의하면 ‘성별, 인종 등 특정 집단에 불리하지 않도록 하는 말이나 정책’이다. 모든 종류의 편견 섞인 말이나 정책들을 쓰지 말자는 이야기다. 그 사상적 배경에는 다문화주의와 문화 상대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성별이나 인종 외에도 장애인, 노인 등 취약계층에는 모두 해당되는 것이다. 이는 1980년대 미국 대학을 중심으로 벌어진 일종의 사회운동으로 매스 미디어와 대중문화 전반 등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먼저 흔히 흑인을 낮춰 부를 때 니그로 혹은 블랙이라고 하는데 PC 상으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바꾸어 부르는 것이다. 또 성서에서 나오는 형제는 형제자매로, 비행기 스튜어디스는 플라이트 어텐던트(항공 승무원)로 지칭한다. 또 경찰을 뜻하는 폴리스맨은 폴리스 오피스로 바꾼다. 이 모두 여성 차별적인 색채를 지우자는 것이다. 장애인을 말하는 크리플드는 원래 불구자라는 뜻인데 이 역시 우회적으로 디스에이블드 퍼슨 혹은 그냥 디스에이블드로 칭하는 게 바로 PC다.
  이런 완곡한 표현들은 취약계층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불식하는 효과가 있다. 가치 중립적 명칭을 부름으로써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나아가 사회적 평등을 기하자는 취지다.
  반론도 있다.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이에 대해 다분히 위선적 언행이라는 입장을 표명한다. 억지로 참고 점잖게 이야기하는 게 옳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이 정치적 올바름이 과잉될 때 피로감이 온다는 지적도 있다.
  어쨌든 이런저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PC가 긍정적이고 바람직하다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얼마 전 경기도 장애인 인권센터 조사에 의하면 경기도 지자체들의 각종 조례에서 장애인 차별 조항과 표현이 수두룩하게 발견됐다고 한다. 우선 1989년부터는 공식적으로 쓰지 않고 있는 장애자라는 용어를 31개 시군 중 30개 시군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또 장애인에 대비해 일반인이라는 말을 씀으로써 장애인들이 일반적이지 않고 특수한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그밖에 여러 조례에서 차별적인 내용이 들어 있었다.
  대중이 쓰는 용어는 곧 그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관청에서까지 편견 섞인 말들을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무래도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비수처럼 사람을 해칠 수 있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말을 가능한 자제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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