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동  욱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전주센터장, 경영학박사)

 

 장기 경기 침체,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의 경제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은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청탁금지법과 미국 금리 인상 문제로 인해 올해는 작년보다 불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영업자들에게 어떠한 탈출구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소자본창업아이템 및 청년 창업의 증가 여파도 있지만, 게다가 도·소매업 및 음식·숙박업 등 특정업종에 집중돼 있어 상호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자영업 희망자는 사업 트렌드를 잘 읽어 사전준비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는 불황기에는 시대 상황에 맞는 업종이 새롭게 개발되거나 기존 형태를 변화시켜야 한다. 변화현장에서 최근에 나타나는 경향은 크게 2가지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업종 복합화로, 이른바 “퓨전현상”이다. 한 점포에서 두 개 이상의 업종을 취급하는 점포 복합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경제불황이 지속되면서 매출증대를 위해 고객층이 비슷한 업종들을 상호 보완적으로 결합시킨 점포 복합화 업종이 신종 융합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 가지 아이템만으로는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해 궁합이 어울리는 2가지 이상의 아이템을 한 매장에서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기 호황 국면에 접어들면 업종 전문화와 독립 경향이 나타나고, 불황기에는 복합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가장 최근에 등장해서 각광을 받고 있는 업종이 바로 멀티형 커피-허브 전문점. 에스프레소 커피를 중심으로 다이어트 식품, 베이커리, 허브 등 복수 메뉴를 취급하는 외식점, 생수를 동시에 판매하고 배달하는 배달전문점, 만화도 즐기고 인터넷도 이용할 수 있는 만화방과 인터넷게임방의 결합 등이 그것이다. 퓨전을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아이템을 단순히 합하는 것이 아닌 상호 보완관계를 면밀히 확인하는 것이다.
  둘째는 복고풍이다. 복고풍 간판과 다양한 소품들로 재미있게 인테리어 한 추억의 포장마차 콘셉트의 화로구이 전문점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사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떡집도 제과점의 장점을 흡수해 “떡커리(떡집과 베이커리 홉합)”라는 신종 업종을 탄생시켜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적정량을 만들기 힘들다는 단점을 보완하고 빵처럼 일정 크기로 포장해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전당포가 새로운 유망 사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당포는 세월의 뒤안길로 밀려나 있지만, 최근 무분별한 카드 사용으로 신용불량자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역할을 찾을 수 있다. 물론 분위기 쇄신은 필요하다. 첨단 보안장치나 고객 응대 개선 등이 필수 요건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불황기에는 전통사업이나 이미 전성기를 지난 업종을 한 단계 변화시켜보는 것도 적절한 업종 탐색이라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사랑받은 업종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수요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방앗간, 미곡상, 전파사, 철물점 등 이름만 들어도 향수어린 업종들을 단순히 사양산업으로 분류하지 말고 현대적으로 탈바꿈해보자.
  한 가지 업종이 등장해 그 사업성을 검증받게 되기까지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예비 창업자들이 범하는 큰 오류 중 하나가 바로 새로운 사업 아이템만 쫓아다니는 경향이다. 물론 남들이 아직 하지 않았다는 것이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검증되지 않았다는 치명적인 약점도 가지고 있다. 시장에 의한 검증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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