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3명 중 1명꼴로 암에 걸리는 시대, 전북원음방송 프로듀서로 <살아 있으니 그럼 된 거야>(이룸나무)를 펴낸 김사은도 3명 중 1명이 됐다. 2015년 유방암을 선고 받았다.

흔하게 걸리고 생존율도 높아진다지만 그게 나라면. 검사를 받고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릴 때부터 확진 받고, 이름 모를 수집가지의 치료와 약을 감당하고, 거기에 따라 요동치는 감정을 다스리기까지…이루 말 할 수 없는 과정을 하나하나 신랄하게 경험한다면 흔한 병, 낫는 병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그도 절망했다. ‘손이 바르르 떨리고 순간 하늘이 노래졌다. 조직검사 이후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무중력 상태도 며칠을 헤매기도(8쪽)’ 했다. 아직 돌봐야 할 두 아들과 칫솔 하나 제 때 갈아 쓰지 않는 큰 아들 같은 남편, 딸을 앞세울까 노심초사인 친정어머니 생각으로 베갯잇을 적셨다.

하지만 이내 받아들였다. 지나온 삶을 되짚으면서 ‘50여년의 삶이 차지고 복됐음(218쪽)’을 깨달았고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이 감사함으로 다가왔다. 아파본 자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선배와 건강에 집중하라며 일을 나눠 감당해준 동료들 또한 의지를 불어넣어줬다. 덕분에 1년여의 치료를 마치고 출근할 수 있었다.

6개월마다 진행되는 검사로 가슴을 졸여야하는 등 재발의 불씨는 여전하지만 아플 때 그러했듯 지금을 소중히 여기며, 매사에 감사함으로 살아가고 있다. 기자로, 수필가로, 칼럼니스트 로…글 쓰는 이답게 투병 기간 중 스친 생각과 감정들을 때로는 단상으로, 때로는 긴 호흡으로 써 내려갔다.

판정, 징후, 도와준 이들, 이후의 여행, 성찰, 1년만의 출근을 6부에 걸쳐 다뤘는데 무겁고 슬픈 내용보다는 담담하면서도 웃픈(웃기고 슬프다) 글귀들로 가득하다. 항암 때문에 삭발을 하면서 나중 헤어스타일을 고민하거나 링거를 뽑은 것만으로도 자유를 느끼는 게 그렇다. 암덩이를 떼 내도 줄지 않은 몸무게에 의아해하기도 한다.

더불어 자신처럼 3명 중 1명이 된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고 희망이 되길 바란다. 그런 그의 모습이 반짝반짝 빛난다.

김사은 작가는 “무거운 소재를 덤덤하고 후련하게 풀었다. 힘들고 어렵고 절망적인 이들이 어느 한 쪽이든 펼쳤을 때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정말 다 괜찮다고, 살아있으니 됐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밝혔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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