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년에 달하는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집단생활이다. 처음에는 소규모 가족집단으로 살았고 세월이 흐르면서 그 규모가 점점 커져 지금은 지구촌이 하나의 집단 단위가 된 상황이다. 씨족 사회를 거쳐 부족 사회로 다시 국가체제로 형태를 갖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집단이 더 커지고 복잡해진 것은 혈연 공동체로는 해결 못하는 문제가 속속 등장한 때문이다.
  집단은 혈연 이타성 혹은 호혜 이타성의 산실이다. 즉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집단을 보존하고자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지구상에서 오늘날 만물의 영장으로 지배적 위치에 선 인류의 저력 중 하나는 바로 이 무리짓기 본능이다. 학자들은 대뇌 발달이나 언어의 사용 그리고 반성의 능력도 모두 집단생활에 적응하는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본다.
  석시시대부터 시작한 인류의 집단생활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개인끼리의 삶은 아무래도 충돌 요소가 많다. 이해가 엇갈리는 가운데 분쟁이 불가피하고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이 사회를 구성하는 것은 바로 개인은 무리에서 태어나고 무리에서 성장하며 잠시도 무리를 떠나 고립해서는 살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배려하고 보살피며 집단을 사랑하고 집단과 운명을 같이하는 협조성에 기댈 수밖에 없다.
  사실 그렇게 하는 게 서로에게 이롭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기본적 욕구를 채우자면 집단을 구성하는 사람들끼리 뭉쳐야 한다. 선사시대에는 사냥의 성공 확률을 높였고 농경사회에서는 보다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은 최대 150명 정도까지만 정신적 공감관계를 형성한다고 한다. 집단생활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셈이다.
  요즘 1인 가구가 소비를 주도하는 계층으로 부상했다고 한다. 이는 집단성이 강한 인류 200만년 역사에 매우 새로운 현상이다. 1인 소비 행태를 보면 혼술, 혼밥, 혼행 등 나 홀로 하는 일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간편식 시장이 폭발적 성장을 하는가 하면 피자 커피 등 외식업에서도 1인용 메뉴나 식단 준비가 한창이다. 예컨대 1인용 화로에 고기를 구워 혼자 먹는 식이다. 거기에 노래방, 호텔, 여행상품들도 1인용이 많이 등장하는 모양이다.
  현재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은 30%에 육박한다. 전체 가구 유형 분포 중 1위다. 공동체적 삶에 익숙한 현 세대들로서는 매우 생경한 생활문화다. 사람들 사이 관계성의 퇴조는 이례적이고 불편한 느낌을 준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갈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멀리 석기시대부터 유전자에 각인된 무리짓기 본능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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