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의 세상이야기
皇華臺

5-군산조선소: 정치경제 논리와 도덕 감정으로 풀어야!

  서해안 조선공업의 대표도시인 군산시가 최악의 경제위기에 처해 있다. 국내 조선업이 중국과 일본 등과 경쟁에서 뒤처지고, 현대중공업이 6월부터 군산조선소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현대중공업 최길선 회장은 “세계적인 선박 발주 물량이 15%로 감소해 울산조선소 8개 도크 가운데 3개가 가동이 비게 된다.”며 “6월부터는 군산조선소 운영도 잠정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라북도와 군산시, 정치권은 현대중공업의 인간적인 경영을 호소하고 있다.
  조선업의 위기와 불황의 내면과 정부의 대책 등을 깊게 살펴본 결과 이 문제는 정치경제 논리와 도덕 감정으로 풀어야 한다고 본다. 정치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것은 산자부와 금융위원회 등이 군산조선소에 특별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우조선과 STX조선에 대해서만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군산조선소를 배제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깊게 연구하고 여야의 대선공약으로 채택시키는 한편 현대중공업과 군산조선소를 살리는 방안을 시급하게 추진해야 한다.
  다음으로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 경제논리는 시장원리를 바탕으로 한다. 군산조선소는 130만톤 도크 1개와 세계 최대 규모인 1,650톤짜리 골리앗크레인을 갖추고 있다. 2012년부터 5년 동안 63척의 대형선박을 건조하고 모두 5조 2,5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시장이 어려웠던 지난해에도 13척을 건조해 1조 3,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 금액으로는 군산조선소 가동 이후 최대인 것이다. 이런데도 올해 건조 예정인 LPG운반선 2척을 울산조선소로 재배정한 데서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시장원리를 존중한다면 이 같은 결정을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아무래도 조선 분야의 주력이 울산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단견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도 시장원리와 경제논리를 지켜서 현대중공업이 흑자 기조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군산조선소는 당초 목적대로 중국 시장을 겨냥해서 비교우위에 서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현재와 미래의 중국 시장 등을 고려한다면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아담 스미스가 자본주의의 밑바탕으로 강조한 도덕 감정(moral sentiment)에 비춰 봐도 군산조선소는 중단 없이 가동돼야 한다. 군산의 지역총소득은 연간 2만 5,000$로 5만$인 울산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이 지역에서 가동을 중단하는 것은 가난한 집의 기둥뿌리를 뽑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군산조선소 근로자도 지난해 4월 기준으로 86개 사에 5,250명이었으나 지난해 말에 이미 20개 업체가 폐업하고 1,35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현대중공업이 군산조선소를 살리는 것은 정몽준 아사재단 이사장의 결단에 달려 있다. 새만금과 군산으로 이어지는 서해에 현대왕국을 건설하려고 한 정주영 왕 회장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 도덕 감정을 실현하는 첫 단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몽준 이사장의 원대한 포부대로 군산조선소가 살아나고 지역경제가 활기를 되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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