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학생들이 많아 선생촌으로 불렸던 곳은 훗날 미술가, 소설가가 이웃사촌인 예술인마을로 변모했다. 서학동예술마을, 그 좁고 정겨운 골목길에는 동네 아이들 소리로 북적거리더니 이내 사진관이 보이고 갤러리가 보인다. 알록달록 벽화도 있다.

삶과 예술이 공존하는 마을을 느리게 걷고 따스한 감성으로 바라보다 섬세한 손길로 그린 이가 있다. 서학아트스페이스(관장 김성균) 기획초대전으로 지난 달 19일부터 2월 8일까지 ‘서학동에 멈추었고 물들었다’를 열고 있는 정해윤 작가다.

한국전통문화고와 경희대 미술대학에서 한국화를 배운 그는 2014년 전북여성미술인협회전을 통해 본격적인 활동을 알렸다. 지난해 9월 전북예술회관 둔벙에서 첫 개인전 ‘꽃개와 개냥꽃’을 가진 데 이어 서학동예술마을을 담는다.

평소 걷는 여행을 즐기는 그는 기억이 사진으로만 남는 게 아쉬워 펜과 종이를 구비하고 이야기를 적는다. 햇살이 한껏 쏟아지던 4월 향한 서학동예술마을 토요마켓은 사람 사는 소리, 강아지 소리, 폐달 밟는 소리 등 반가운 소리로 가득했고 이를 그리기 시작했다.

전시에는 30여 곳이 자리한다. 간결하지만 섬세하게 스케치한 후 연하게 혹은 진하게 색감을 입히면 익숙한 그곳이 더없이 아련하다. 바라보다 못해 물들어버린, 사랑에 빠진 이의 손길이기에 가능할 것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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