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을 쓴 조정래 작가는 전주-군산을 잇는 전군도로를 지칭해 이렇게 말했다.
  “이 길을 달리며 눈물을 흘려야 한다”
  이는 이 도로가 안고 있는 피눈물 나는 사연 때문이다. 1908년 일제 통감부가 건설한 이 도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포장도로이자 2차선 도로였다. 당시는 신작로라고 불렀는데 새로 만든 도로라는 뜻이다. 실상은 드넓은 호남평야에서 수탈한 쌀을 일본으로 실어내기 위한 길이었다. 겉으로는 멀쩡한 최신 사회기반시설이었지만 속으로는 가슴 아픈 일들이 서려 있었다.
  일제의 마수가 서서히 한반도를 삼키던 시절. 일제는 헌병들을 앞세워 도로 공사에 착수했다. 무엇보다도 농민들을 한 맺히게 했던 것은 도로에 편입된 농토를 헐값으로 빼앗겼다는 사실이다. 일제는 순박한 농민들을 윽박질러 땅을 빼앗았다. 이에 저항하는 이들에게는 무차별 폭력이 가해졌다. 뿐만 아니다. 공사에 들어가자 농민들을 강제노역으로 내몰았다. 많은 사람들이 정작 자신의 농사는 뒷전으로 하고 공사장에 불려나갔다.
  도로가 완공된 뒤 농민들은 또 한 번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제야 비로소 왜 신작로가 만들어졌는지 이해한 것이다. 빼앗다시피한 쌀을 일본으로 내가는 것이었다. 조정래 소설 아리랑은 이 장면을 이렇게 묘사했다.
  “신작로를 제일 많이 오가는 것은 소와 말이 끄는 달구지였다. 그 달구지들은 볏섬을 가득가득 싣고 군산으로 줄을 이었다. 추수가 끝나고 서너달 동안은 달구지 행렬이 이삼십 리씩 이어지기가 예사였다. 그 볏섬들은 모두 군산에서 모여 일본으로 실려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전군도로가 다시 벚꽃 100리길로 재탄생한다고 한다. 전북도는 관내 4개 시와 함께 이 도로를 재정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이 도로는 2002년 전주-군산간 산업도로 완공을 계기로 황폐한 길로 전락했다. 도는 이 도로를 ‘수탈의 길’로 스토리텔링 하는 한편 새 벚나무를 심고 문화 역사 경관을 새로 조성하며 마라톤이나 사이클 등 국제스포츠 대회를 유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실 전군도로 벚꽃길은 일제의 작품이다. 일제는 사실상 자신들의 국화인 사쿠라 즉 벚나무를 도로 연변에 심었다. 물론 농민들을 강제 동원했다. 그리고는 애지중지 키웠다. 우리가 디시 이 도로에 벚나무 길을 조성하는 것은 그래서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수탈의 길’에 그들의 나무까지 심어 꾸미는 것에 저항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아무리 교훈을 얻자는 뜻도 있다지만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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