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간접적으로 만나온 사람들 15,000명의 두상을 담은 ‘만인보’ 시리즈는 ‘백만인보’로 거듭났다. 역사 속 위인들, 불의에 항거한 민초들, 근현대사 인물에 촛불을 들고 나선 지금의 국민들까지 더해 오늘날 ‘민심’을 전하고 싶어서다.

순창군 공립 옥천골미술관(관장 김정훈)이 기획초대전으로 강용면의 ‘백만인보’를 개최한다. 20일부터 2월 28일까지 한 달 여간 계속되며 초대는 20일 오후 3시다.

1970년대 양곡창고를 리모델링해 2016년 4월 문을 연 공립미술관인 ‘옥천골미술관’은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미술관(Local), 참여하는 미술(Participation), 창의적 미술(Creative),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는 미술관(Economy)을 4대 목표로 내걸었다.

박남재, 이철량 등 순창 출신의 내로라하는 미술인들을 소개한 데 이어 또 한 번 굵직한 작가를 초청한다. 김제 출신으로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설치미술가 강용면이 주인공이다.

김정훈 관장은 “강 작가는 2014년 전시로 그 해 우수전에 뽑히는가 하면 전국순회를 할 정도로 많은 반응을 일으켰다. 현 시국에 대한 민중들의 생각을 드러내는 데도 제격이라고 판단했다”고 초청 계기를 전했다.

지역 활동이 뜸했던 작가는 2015년 전주에서 10년 만에 개인전을 가진 후 2017년 순창으로 향했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문화예술소외지역이라는 사명감에서다.

30년 가까이 ‘한국의 정체성을 현대화한다’는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미술은 시대를 대변한다’는 신념에 따라 주제 및 기법은 매번 바뀌었다. 최근에는 고 은 시인의 작품 ‘만인보’에서 착안한 동명의 연작물을 선보이는데 5cm안팎 얼굴을 먹과 레진, 목재, 강화스티로폼 등으로 무수히 망라해 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 사람이라면 불가피한 관계성을 피력한다. 나아가 오늘을 반영한다.

전시는 만인보의 맥을 잇되 백만인보로 확장된다.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고 대통령이 탄핵되는 어지러움 속 촛불로 맞서는 국민들과 평화의 소녀상 사태를 마주한 이들까지 아우른다.

강용면은 “흐르는 섬진강의 모진 풍파 속 다듬어진 바윗돌은 민초들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촛불집회에서 보여줬듯 더욱 강하고 단단해진 민초들을 어느 때보다 부각했다”고 말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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