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49·여·전주시 덕진구)씨는 최근 ‘주차장 뺑소니’를 당했다.

사고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차량 앞 범퍼가 오후에는 긁히다 못해 찌그러져 들어가 있었다.

차량 내에는 블랙박스가 버젓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차량에는 사고자의 연락처 등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씨는 사고 직후 곧바로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 가해자의 차량번호를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이씨에게 돌아온 건 사과는커녕 보험처리를 하자는 가해자의 뻔뻔한 태도뿐이었다.

이씨는 “괘씸한 마음에 경찰에 신고했지만 돌아온 건 보험처리 뿐이었고 저런 태도에도 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경찰의 말에 더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차된 차량을 치고 달아나는 뺑소니 차량이 만연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도주한 가해자에게 2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오는 6월 3일부터 시행하지만 낮은 처벌수위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뺑소니 처벌을 위해 ‘사고 후 미조치’라는 조항이 마련돼 있어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이는 교통상의 장애를 일으키거나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만 해당돼 물피사고는 예외다.

이 같은 상황에 일부에서는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가해자 측에서 '나는 몰랐다'라고 주장할 경우 적용시키기 어려워진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명확한 처벌 기준이 없기 때문에 보험처리를 하는 한편 시민들의 윤리의식에 맡길 수 밖에 없다"며 "'안걸리면 그만'이라는 생각들이 많아지며 악순환이 이뤄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6월부터 벌금이 부과돼 물피 도주 행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지만 운전자들의 도덕적 인식 개선 없이는 힘들다"고 덧붙였다./하미수 기자·misu7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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