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 ‘시’고 달리 ‘시인’일까. 좋은 시인이 쓴 좋은 시가 끊임없이 창작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SNS에 쓰인 글은 시 못지않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표현하려는 욕구가 있고 시를 쓴다는 건 그 중 하나며 이는 삶을 풍요롭게 한다. 시인수업이 필요한 이유다.

출판사 모악이 시업수업 시리즈 1,2로 엄경희의 <은유>, 구모룡의 <제유>를 펴냈다. 시인수업은 시를 짓는데 필요한 핵심 개념을 풀어쓰고 사유방법을 다양한 사례로 제시하는 등 시 쓰기의 기본기를 다룬 입문서이자 백과사전이다.

시 쓰는 즐거움을 느끼고 자신만의 시작법을 깨우침으로써 나름의 시인으로 이끄는 게 취지다. 시 창작과 관련한 핵심주제를 꾸준히 발굴해 1년에 3~5권씩, 모두 20권을 완성할 예정인데 은유와 제유를 시작으로 <직유>(유성호 지음), <환유>(권혁웅), <패러디>(정끝별)를 출간한다.

첫 번째 수업의 주제는 ‘은유’다. 낯선 사물을 봤을 때 그것을 익히 알고 있는 어떤 것에 빗대어 생각하는 지점 즉 ‘A는 B다’를 가리키지만, 책에서는 말을 장식하기 위한 수사법의 기능을 넘어선다.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는 사유방식으로 인간의 필연적 욕구와 결부시켜 적극 해명한다.

글쓴이가 “시의 은유는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인 사물로 바꿈으로써 의미의 이해만이 아니라 그것을 정서화함으로써 감각과 느낌을 동시에 전달코자 한다(26쪽)”라고 언급한 데서도 알 수 있다.

여물고 비는 수숫대와 차고 기우는 달을 아우르는 자연의 층위와 살다가 떠나는 인간의 층위가 하나로 통합되는 장석남의 <달과 수숫대>를 예로 든다.

엄경희는 숭실대를 졸업하고 이화여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 ‘매저키스트의 치욕과 환상―최승자론’이 당선됐으며 현재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두 번째 수업 주제 ‘제유’는 빵만으로 살 수 없다 속 빵이 먹을 것 혹은 생계의 전부를 대변하듯 일부로 전체를 대표한다. 은유로 새로이 인식한 세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확장하는 사유방법인 것이다. 이는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현대사회의 단절된 삶을 회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안도현의 <고래를 기다리며>로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시에서 바다는 화엄과 다를 바 없다. 전체가 하나 속으로 들어와 있고 하나가 전체 속으로 투영돼 있다는 화엄은 바다와 고래의 관계다. 여기서 생명은 단순한 살아있음이 아닌 타자와의 교류를 통해 존재하는 것, 만물의 상호 교류성을 표현한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바다는 이미 고래를 포함하고 있으며 고래 또한 바다에 의해 존재하는 것”임을 설명한다.

구모룡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시론과 문학비평을 전공했으며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 ‘도덕적 완전주의―김수영의 문학세계’가 당선됐다.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에서 지성사, 동아시아 미학, 문화연구를 가르치면서 공부하고 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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