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법의 계책은 6에 6을 곱하니 모두 36가지이다. 36가지 계책 모두 실전에 사용된 전술에서 나온 것으로, 그 운용 역시 실전에 응용할 때 그 빛을 발한다. 음양이 상호 변환하는 이치에 기초한 것으로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하는 기변이 모두 그 안에 있다.”

중국 고대 병법서 36계의 총설 부분이다. 36계는 지은이가 분명치 않다. 다만 5세기까지의 고사를 명나라 말부터 청나라 초기 수집해 만든 것으로 본다. 여기에는 승전계를 비롯해 적전계, 공전계, 혼전계, 병전계, 패전계 등 6개 분야가 있고 또 각각 6개씩의 구체적 전술이 제시돼 있다.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차도살인이나 미인계, 고육계, 반간계, 주위상 등이 이 36계에 포함돼 있다.

36계는 흔히 중국 병법서의 최고봉인 손자병법과 비교된다. 손자병법은 궁극적으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대전략인데 반해 36계는 전투 중 그 때 그 때 임기응변하는 소전술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인가 36계는 무겁게 취급하지 않는다. 잔재주 정도의 인식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36계를 매우 중하게 여긴다고 한다. 비록 손자병법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실전에서 응용하기는 더 실용적이라는 이야기다.

36계 가운데 위위구조라는 전술이 있다. 이는 한 마디로 적의 강한 곳은 피하고 약한 곳을 때린다는 것이다. 기원전 353년 제나라 손빈이 위나라 군사들을 격파한 고사가 그 배경이다. 위나라 장수 방연이 대군을 이끌고 조나라 수도 한단을 포위하자 조나라는 제나라에 구원을 청한다. 이 때 병법가 손빈은 직접 부딪칠 게 아니라 비어 있는 위나라 도읍 대량을 먼저 공격하자고 제안한다. 당연히 위나라 방연은 황급히 수도를 지키기 위해 군사를 회군하는데 미리 매복해 있던 제나라 군사들이 위나라를 대파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중국이 최근 이 위위구조 병법을 구사한다는 보도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최근 항공모함 랴오닝함 등 중국 군사력이 한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 무력시위를 벌인 것은 최고지도부의 승인 아래 펼쳐진 위위구조 책략이라고 해석했다. 즉 각국의 급소를 건드려 적들을 긴장시키자는 의도다. 이 작전에는 항공모함은 물론 미사일 호위함과 폭격기, 조기경보기 등이 총동원 됐다.

군사 외교에서 전략전술은 필수다. 중국은 그 연원을 고대 병법에서 찾고 있다. 한국은 군사 외교상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사드 배치와 소녀상 등으로 중국, 일본으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 이런 난국일수록 병법에 대한 연구가 절실한 것 같다. 지도자들은 중국 병법서들을 숙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