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고정적으로 드나드는 공간이 있고 미술가에게 그것은 작업실이다. 고형숙 작가도 매일 같이 작업실을 오가다 그곳을 그렸다. 너무 당연하고 익숙하다한들 금세 없어질 지도 모르니까.

고형숙이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전주부채문화관에서 열고 있는 개인전 ‘일상의 풍경’은 2015년 새벽강에서 처음 선보인 연작물이다. 도시 형상과 습성을 단순화해 먹으로 그린 ‘검은 도시’ 시리즈를 하다가 사라지는 것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일상, 언제고 곁에 있을 거 같지만 이내 사라지는 것들이 있는데 필요 없어서 버려지기도 하고 잊혀 무의미해지기도 한다. 이유가 뭐든 소멸되는 건 쓸쓸했다.

화가인 그의 일상은 곧 작업실이라 고민 없이 담았다. 널브러진 붓과 물감, 화폭으로 특유의 분주함과 치열함을 표현하는 대신 시선을 고정시켰다. ‘책장’이다. 그림을 그리거나 구상하다 바라보는 곳, 조형적으로 훌륭한 곳, 즐겨있는 책들로 가득한 곳인 책장을 투명하고 단조로운 먹으로 구현한다.

흰색과 검은색의 대비, 여백의 미, 수평과 수직이 빚어내는 다채로운 형태는 친숙하고 흥미롭지만, 흐릿함은 사라지는 것들 같아 아련하다. 사소하게 여겼던 것들조차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무언가임을 떠올렸을 때 무의미한 건 없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누리라고 말하는 건 아닐까.

전북대 예술대학 미술학과 한국화과와 홍익대 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전북대 예술대학 미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개인전 9회를 가졌고 단체전 90여회에 참여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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