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에서 풍경으로, 풍경에서 마을로, 마을에서 사람이야기로, 사람이야기에서 사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의인화로 확장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거듭했지만 ‘자연’과 ‘사랑’이라는 중심을 잃지 않았던 그의 수채화는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문화공간 모악(관장 주정희)이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수채화가 이정희의 초대전을 열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서울전에 이은 전주전은 30년째 수채화에 매진해 온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이다.

꽃, 나무, 풍경 같은 평범한 소재는 그만의 기법을 통해 호흡을 얻고 사람 사는 이야기도 지닌다. 일단 감정과 생각을 다양한 형태로 구현하는데 현실과 이상을 구분하지 않는 ‘무경계’로 전혀 다른 두 영역이 소통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더불어 소리를 형상화한다. 지축을 뒤흔드는 물소떼의 소리와 세상을 고즈넉이 감싸는 첼로 선율을 대조시킨 작품 ‘음’에서 엿볼 수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세상을 포용하는 ‘물’, 적절한 ‘색’까지 더하면 특유의 수채화가 완성된다. 따스하고 신비로운 화폭은 혼란의 세상을 좇지 말고 자연의 흐름과 넉넉함을 배우라고 넌지시 일러주는 거 같다.

한국미술협회 전주시지부 이사와 전미회 총무, 전주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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